[한국퀴어영화제]2024 제24회 한국퀴어영화제 슬로건은 🌈퀴어 팡파레!🌈입니다.

2024-04-18

[발신인: 한국퀴어영화제집행위원회 kqff@kqff.co.kr]

[참조: queer@cutie.not.strange.not.gloomy.not.sad, people@all.of.the.world]

 

[한국퀴어영화제] 제24회 한국퀴어영화제 초대의 건 | 2024.04.18 00:00 발신

 

13인치의 노트북의 앞에 앉아 하는 생각은 보통 이러합니다. 서울광장은 왜 우리에겐 허락되지 않는 것인지, 왜 누군가들에게 우리는 없는 존재인지.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언제까지 퀴어들은 헨젤과 그레텔 마냥 눈물을 뚝뚝 떨구고 다니고 오열하고 슬퍼하고 아파하며 내 사랑과 정체성이 사회에서 금기처럼 여겨지는 걸 원망하는 안타까운 존재로 보여야만 하는 걸까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은 의문입니다. 물론 때때로 우리는 애절해지기도 합니다만.

 

우리는 미어터지는 지하철과 버스에 몸을 싣고 등교하고 출근하기도 합니다. 급식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편의점으로 도망갈 수도 있고, 체감상 한 오후 5시는 된 것 같은데 사무실의 시계는 고작 오후 2시일 때 한숨도 쉴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불 속의 시간을 통해 ‘이게 인생이지’라며 히죽댈 줄도 압니다. 기분이 좋은 날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거한 지출도 합니다. 게다가 살아있기까지 합니다. 그것들이 모두 가능한 이유는, 우리는 특별하고 매력적이고 타인의 욕망 충족용 판타지로 작용되는 존재가 아닌, 정말 다를 것 없이 세상에 발붙여 살고 있는 사람이기에 그렇습니다.

 

이제는 우리 앞의 수식어들에게 회자정리를 선언할 시간입니다. 불행의 언어들을 뿌리치고 우리 모두는 앞으로 가기로 합시다. 그리고 입 밖으로 터트려봅시다. 우리는 입체적이고 기뻐하며 축하하고 일상성 속에서도 이 세상의 무언갈 강렬히 사랑하는, 해피캣 마냥 즐거울 줄도 아는 사람들임을요. 원래 이런 건 널리 널리 알려야 하니 아주아주 큰 파티를 열어야만 합니다. 폭죽도 터뜨릴까요? 다 같이 고깔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읍시다. 파티에서 눈 맞은 이들이 생긴다면 그 만남을 기쁘게 부추겨봅시다. 우리가 주인공인 파티에서 우리가 조명되는 스크린을 바라보고요. 케이크 커팅식도 제법 멋지게 해보면 좋겠습니다. 함께 ‘퀴어 팡파레!’를 외치면서요. 힘차게 웃고 떠들어 우리의 즐거움을 누구도 괄시할 수 없는 거대한 팡파레 소리로 만듭시다. 팡파레 소리에 괜히 눈물이 나더라도 모른 척 넘어가겠습니다. 기쁨과 자유를 우리 모두가 만끽합시다.

 

너무 말이 길어졌나요. 아무튼 우리는 이제 한국퀴어영화제에서 만나는 겁니다. 우리를 바로 옆에서, 또 스크린으로 만납시다. 그러기 위해서 이 초대장의 참조인은 역시 귀여운 우리뿐만 아닌, 여러분 모두로 설정해두었습니다. 이제 수신인을 누구로 하면 좋을지 고민할 차례입니다. 역시 적임자에게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듭니다.

 

[수신인: poorqueer@believe.people, haters@exist.of.qu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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