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LGBTQ 콘텐츠가 자연스러운 2021년입니다.

2021-02-24

SBS가 후원한 2021년 제41회 청룡영화제에서 퀴어영화 <윤희에게>로 감독상을 수상한 임대형 감독은 위와 같은 같은 수상소감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수상소감이 무색하게 SBS는 지난 2월 13일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와 그의 마지막 연인인 짐 허튼이 키스하는 장면을 삭제하고, 게이 커플이 나타난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함으로써 성소수자의 모습을 미디어에서 지워버렸습니다.


SBS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의도는 없었다고 하며 폭력이나 흡연 장면을 편집함과 같은 맥락에서 영화를 편집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SBS가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소수자 개인의 성과는 소수자로서의 역사를 지운 다음에야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라면, 이것이야말로 편집되어야 하는 폭력이며 온 가족이 보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입니다. SBS의 불순한 선택은 다양한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전달해야 하는 미디어의 공정성을 훼손한 또 하나의 사건이며, 방송계의 전체적인 인권 수준이 개탄할 만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방송계를 비롯한 한국 문화콘텐츠의 역사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끊임없이 지워왔습니다. 2011년 KBS 단막극<빌리티스의 딸들>이나 2015년 JTBC <선암여고 탐정단> 등 성소수자의 모습이 담겼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하지 않은 심의와 검열을 받았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역사에 2021년 또 다른 영화가 추가되었다는 사실이 끔찍이 실망스럽습니다. 한 장면의 편집이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지는 못하겠지만, 성소수자를 미디어에 오르지 못하는 존재로 남기는 것은 명백한 차별입니다. 한국 미디어는 어떤 것이 유해한지 판단해낼 수 있는 대중들의 힘을 믿지 못함을 불건전함이라는 이름으로 변명해온 것이 아닌지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시청자들은 미디어가 깨우쳐야 할 존재가 아니며, 방송사에서 검열해야 할 것은 소수자의 존재가 아닌 차별의 유해함입니다. 동성 간 키스가 불편하다고 여기는 그 생각이 불건전한 것입니다. 황금시간대에 소수자의 삶을 잘라내면서까지 시청자를 붙잡아야 한다면, 그 원인은 소수자나 대중이 아닌 한국 미디어의 좁은 시각에 있습니다. 성소수자를 부정적인 존재, 혐오의 대상으로 상정하고 방영을 하는 방송사는 이미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공정하지 못한 방송사는 존재의 가치가 없습니다.


한국 미디어의 유구한 성소수자 지우기 역사에 SBS가 또 하나의 획을 그은 점은 안타깝습니다. 시대착오적 검열로 문화예술의 자유를 빼앗고 소수자의 차별 구조를 공고히 한 SBS를 비롯한 한국 미디어계는 반성해야 합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언론계가 문화 다양성을 보장하는 행보를 보여줄 것이라 믿으며, 항상 그래왔듯이 문화 향유를 통한 성소수자의 가시화를 향해 나아갈 것을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