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퀴어나라를 피워내기 위해: 서울시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에 부쳐

2023-05-08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라, 너희들끼리만 해라...

작년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조건부 허가하면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얘기들은, 성소수자들이 언제나 듣던 말이기도 했습니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주변에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 눈에만 보이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말은 부드러운 외피의 가장 날카로운 혐오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나임을 말하기 위해 목소리를 낮추어야 할 때, 내 것이 아닌 표정을 지어야 할 때, 우리는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가 광화문에서, 서울광장에서, 청계천에서, 서울역에서 행진하는 이유는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고 지켜보는 공공의 영역에서 우리를 '눈에 띄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성소수자들이 모여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용기를 내고, 소리 높여 외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대학로에서 청계천으로, 홍대와 신촌으로, 그리고 서울광장으로 공간을 넓혀 왔습니다. 그렇게 올해로 24회를 맞은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지금, 가장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혐오세력의 개입과 서울시의 차별적 행정으로 서울광장 사용이 끝내 불허되었기 때문입니다.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서울시뿐 아니라 최근 춘천을 비롯한 각 지역 퀴어문화축제의 장소 사용을 불허하고 있는 지자체들, 퀴어여성체육대회의 사용을 불허했던 동대문체육관, 학생인권조례의 성정체성 차별금지 조항을 삭제하려는 서울시의회,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아서는 국회 등 혐오세력은 점차 세를 불려 공공의 영역에서 성소수자/퀴어들을 몰아내고 차별을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서로가 곁에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광장에서 퀴어들을 몰아내려는 혐오세력의 방해는, 오히려 광장뿐 아닌 모든 곳에서 퀴어들이 소리를 높이고 눈에 띄도록 만들 것입니다. 서울시의 불허 소식이 알려진 이후, 많은 분들이 응원과 지지의 목소리를 내고 후원의 마음도 모아 주셨습니다. 서울시 홈페이지, SNS, 국내외 언론 지면에는 서울시의 차별적 행정과 혐오세력을 규탄하는 무지갯빛 외침이 가득합니다.


우리는 지금 공공의 영역을 나 자신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퀴어한 공간으로 다시 여는 역사 속에 있습니다. 서울광장이 아니더라도, 서울광장을 뛰어넘어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언제나처럼 새롭게 문을 두드리고, 펼쳐내겠습니다. 행사를 막으려는 혐오 앞에서 더욱 끈질기게, 다채롭게, 퀴어나라를 피워내겠습니다. 앞으로 조직위가 펼칠 여러 대항 캠페인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7월 1일에 뵙겠습니다.



☞ 후원으로 서울퀴어퍼레이드와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qcf.org/don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