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21회 한국퀴어영화제 퀴프초이스(KQFF Choice)를 발표합니다.

2021-07-23

📍 해외출품작: <용맹하게 Lioness> 알렉산더 콘라즈 Alexander CONRADS

📍 국내출품작: <고마운 사람 On White Wind Wall> 이경호 LEE Kyoung-ho, 허지은 HEO Ji-eun


📍 특별언급: <방파제 Breakwater> 크리스 라이라 Cris LYRA / <당신은 진실되게 거짓을 말하네 Baby Lies Truthfully> 조셉 잉햄 Joseph INGHAM / <명: 우린 같지만 달라 Diversity> 김규림 KIM gyu-rim, 김민교 KIM min-kyo, 박혜진 PARK hye-jin



2021 제21회 한국퀴어영화제에 소중한 작품을 출품해 주신 모든 감독, 배우, 스텝 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 올해 선정된 국내외 영화들을 보면서, 동시대 창작자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 의식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퀴어영화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시도한 작품들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창작자들에게 큰 응원을 보냅니다.


한국퀴어영화제집행위원회는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올해 출품작 중 국내, 해외 각 1편의 [퀴프초이스]를, 국내 1편과 해외 2편을 [집행위원회 특별언급]으로 선정했습니다. 


1. 해외출품작 - 퀴프초이스



먼저, 올해 한국퀴어영화제집행위원회가 선정한 해외부문 퀴프초이스는 알렉산더 콘라즈 감독의 <용맹하게>입니다. 영화 <용맹하게>는 11살 청소년, 흔히 '소녀'로 불리는 존재에 대한 편견을 깨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레오는 돌봄을 받는 위치가 아니라, 우울증에 걸린 아빠를 돌보는 건 물론 가사노동까지 해내는 돌봄 제공자로 그려집니다. 돌봄을 받는 취약한 존재로 상상되는 아동/청소년의 위치를 전복시킨 점도 흥미로울 뿐더러, 영화는 더 나아가 레오를 아픈 아빠를 돌보며 소녀가장의 역할을 해내는 '착한 딸' 혹은 '순수하고 무고한 존재'로도 만들지 않는 대담함을 선보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11살의 돌봄 제공자인 소녀가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탐구하는 걸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레오가 "용맹하게" 자신을 찾는 여정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영화 <용맹하게>를 퀴프초이스로 선정할 수 있어 더할나위 없이 기쁩니다.


2. 해외출품작 - 집행위원회 특별언급


더불어 집행위원회를 끝까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작품을 특별언급 하려고 합니다. 정말 아쉽게도 퀴프초이스에 선정되진 못했지만, 이 작품의 의미를 놓칠 수 없기에 이들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먼저 첫번째 특별언급 작품은, 조셉 잉햄 감독의 <당신은 진실되게 거짓을 말하네> 입니다. 한국퀴어영화제는 그동안 '퀴어영화'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실험적인 그리고 형식적 다양성을 꾀한 영화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왔습니다. 올해 역시 총 7편의 실험 작품을 선정한 바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조셉잉햄 감독의 <당신은 진실되게 거짓을 말하네>는, 배우 러셀 토비의 목소리를 경유하여 작가 데이비드 로비리아드(David ROBILLIARD)의 삶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작품은 이야기가 아닌 이미지의 직조만으로도 관객 폐부 깊숙히 감상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한 예술가에 대한 연서(戀書)이면서 강렬한 영화적 체험을 남기는 <당신은 진실되게 거짓을 말하네>를 만든 감독의 세심한 시선은 대안영상 창작자의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전범으로 꼽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특별언급으로 놓칠 수 없던 작품은, 크리스 라이라 감독의 <방파제>입니다. <방파제>는 터부시되거나 대상화되곤 하는 비백인 여성 청소년의 몸과 우울을 해변에서 자유롭게 펼쳐냅니다. 다양한 형태의 폭력들 앞에서 영화 속 인물들은 노래하며 춤추고, 서로의 귀를 막아주기도 하면서 상처를 보듬습니다. <방파제>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묻어버리는 납작한 혐오가 해일처럼 몰려오는 현 사회에서 ‘그렇게 절망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로를 잘 붙들어주기만 해도 괜찮다’고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었습니다. 유성애 또는 이성애, 백인, 성인 그리고 남성의 목소리가 파도처럼 몰아치는 세상 앞에서 <방파제>를 통해, 한국퀴어영화제와 관객이 서로의 든든한 방파제가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3. 국내출품작 - 퀴프초이스



올해 한국퀴어영화제집행위원회가 선정한 국내부문 퀴프초이스는 이경호, 허지은 감독의 <고마운 사람>입니다. 엄마에게 전하는 딸 진아의 커밍아웃으로 시작하는 <고마운 사람>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퀴어가 일상에서 만나는 갑갑하고 공허한 현실을 그려냅니다.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을 디테일한 시나리오를 통해 전달하였으며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 내내 관객들과 공감하며 묘한 작용을 이끌어 냈습니다. 주인공 진아를 둘러싼 혐오와 불안의 기운속에서도 이 작품은 따뜻함을 잃지 않습니다. 그건 이 영화가 피상적인 위로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대사를 통해 관객 역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나갈 수 있도록 북돋아 주는 감독의 진정성 있는 태도 덕분 아닐까 싶습니다.


4. 국내출품작 - 집행위원회 특별언급


그리고 퀴프초이스의 영예를 드리지는 못했지만 앞으로의 많은 모습을 더욱더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에 대한 특별 언급을 하고자 합니다.



김규림, 김민교, 박혜진 감독의 다큐멘터리 <명: 우린 같지만 달라> 입니다. 최근 아동/청소년을 다룬 퀴어영화의 세계적 흐름을 살펴보면, 극의 전개나 스토리, 구성 등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 퀴어영화에선 그런 다양성을 찾아보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여전히 아동/청소년 퀴어서사의 대부분이 교복 속에 갇혀 있거나 한 때의 낭만적인 서사로만 그려집니다. 그런 점에서 <명: 우린 같지만 달라>는 만연한 차별과 혐오 속에서 더 드러내기 어려운 퀴어 청소년을 생상하게 담아냈다는 매력을 가졌습니다. 자신의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발견하고 발화하며 서로 같지만 다른 존재를 확인하는 노랭, 똘추, 복순이.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비춰지지 않았던 퀴어청소년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가닿았던 것처럼, 조금 더 다채롭고 자유로우며 다양한 아동/청소년의 서사가 담긴 퀴어영화가 만들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작품을 특별언급으로 선정합니다.


다시 한번, 올해 한국퀴어영화제가 존재할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을 출품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다시 만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며 한국퀴어영화제집행위원회도 힘차게 내년을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