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발표합니다.

2022-05-17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0년 첫 회를 개최한 후 22년간 매해 개최된 명실상부 국내 최장 및 동북아시아 최장의 성소수자 문화행사입니다. 또한 지난 시간 여러 슬로건들로 한국 사회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메시지를 전하며 사회 담론을 만들어왔으며, 성소수자 문화 콘텐츠 접근권 제약을 해소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결과 지난 2019년 참여자 수 16만 명을 넘는 기록을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 시작된 방역 위기는 참여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그동안의 노력을 멈추지 않기 위한 많은 고민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온라인으로의 행사 개최 방식의 변경을 포함한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온라인 방식의 시도에 지역과 국경의 제약을 넘어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게 정부의 방역지침을 지키며 축제 참여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참여의 장소적 접근권 제약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지하는 기회가 되었던 시기였습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이어온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역사 속에는 동시에 정부의 무시와 방관, 외면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는 혐오폭력이 사회에 표출되기 시작한 이후로도 동일하였으며, 오히려 정부는 혐오세력의 폭력 뒤에 숨어 딴청을 부리기도 하였습니다. 서울시는 해마다 반복되는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장소 사용 신청에 수리 통보를 차일 피일 미루며 행사 개최의 안정성을 혐오세력보다 앞서서 해치기도 하였습니다. 2019년 저희 조직위가 신청한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 신청에도 서울시는 2년간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다 불확실한 내용과 책임 회피로 점철된 불허가 처분서를 보내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역시 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 신고에 대한 서울시의 비겁한 미루기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이다호빗데이,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입니다. 오늘 많은 분들이 혐오라는 이름의 폭력을 이제 국가가 나서서 멈춰줄 것을, 시민을 폭력으로부터 지켜줄 것을 요구하였을 것입니다. 지금 국회 앞에서는 두 활동가가 37일째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위한 단식을 이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5월 6일 발표된 한국 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차별금지법의 제정에 찬성률은 57%, 반대율은 29%로 나타났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정도 인식 역시 심각하다가 58%, 심각하지 않다가 26%였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보다 두 배의 사람들이 찬성을 하고 있으며, 성소수자 차별이 심각하지 않다는 사람보다 두 배 이상의 사람들이 차별이 심각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당선과 낙선을 가린 표차와는 비교도 되기 힘든 큰 차이인 것입니다. 이제 국가, 정부, 국회는 국민의, 시민의 말에 귀 기울여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사회 속에서, 개인의 삶 속에서 성소수자가, 사회적 약자가 혐오라는 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이 위태로워지지 않도록, 시민이 서로가 서로의 지지자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는 사회를,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지난 2월 정기총회를 통하여 2022년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개최를 의결하였습니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22년 7월 15일 금요일부터 7월 31일 일요일까지 총 17일간 개최됩니다. 또한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오프라인 행사로 복귀합니다. 올해에는 방역당국의 변경된 방역 지침을 기준으로 각 행사 및 프로그램별 오프라인 진행을 예정하고 있으며 동시에 온라인 접근권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최될 계획입니다. 서울광장에서 진행될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유튜브 생중계가 동시 진행되며, 참여부스가 온라인으로 소개됩니다. 극장과 OTT 플랫폼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한국퀴어영화제는 이틀 간의 오프라인 상영과 축제 전체 기간에 걸친 온라인 상영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작년에 이어 개최하는 레인보우굿즈전은 온라인 전용 행사로 이어질 예정이며, 닷페이스의 기증으로 온라인퀴어퍼레이드가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행사로 기획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일상으로의 복귀인 것인 동시에 성소수자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될 것입니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로 우리가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과 동력이 될 것이므로, 꿋꿋하게 변화하는 세상을 살고, 함께하고,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시민사회는 함께 할수록 더 단단하고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것을, 우리가 서로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변화하는 그리고 더욱 변화할 세상을 함께 맞이하자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처럼, 시민 모두가 모두에게 안전 사회를 살고, 함께 어우러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한국을 바라며 2022년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개최를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