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2026 제26회 한국퀴어영화제 퀴프초이스(KQFF Choice) with 크레페(CREPE) 선정작을 발표합니다.

2026-07-13

안녕하세요, 한국퀴어영화제집행위원회입니다.

올해 한국퀴어영화제는 “흔들리는 불빛 사이로”를 슬로건으로 삼았습니다.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카메라가 길어 올린 작고 일렁이는 빛, 모진 바람 앞에서도 끝내 꺼지지 않고 버텨내는 그 빛들을 호명하고자, 집행위원회는 〈작은 방 A Small Room〉과 〈이름을 붙이는 건, 지금부터 Yet to be Named〉를 올해의 퀴어영화 ‘퀴프초이스(KQFF Choice)’로, 〈벽 속의 해골들 Skeletons in the Wall〉과 〈키스 키스 뱅 뱅 kiss kiss bang bang〉을 눈여겨봐야 할 퀴어영화로 ‘집행위원회 특별언급’에 선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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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프초이스: 올해의 퀴어영화

□ 〈작은 방 A Small Room〉 | 감독 Director: 황유정 HWANG Yujeong

- 방 안에 또 하나의 작은 방이 딸린 집. 그곳에 사는 여자에게 낯선 이가 찾아오고, 그는 이미 그 방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머뭅니다. 두 사람은 밤마다 술을 나누어 마시며 시간을 포갭니다. 서로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로.

〈작은 방〉이 길어 올리는 것은 바로 그 '잘 알지 못함'이 선사하는 가벼움입니다. 서로의 내력을 묻지 않는 관계에는 자신을 해명하거나 증명할 필요가 없는 자리가 열립니다. 영화는 이 만남을 외로움의 해소로도, 거창한 사랑의 서사로도 몰아가지 않습니다. 대신 누군가를 온전히 알지 못하면서도, 어쩌면 알지 못하기에 곁을 내어줄 수 있는 그 잠깐의 홀가분함을 조용히 응시합니다. 방 안의 작은 방이라는 구조가 그러하듯, 이 영화의 친밀함은 모든 것을 드러내기보다 설명되지 않은 채로 머무는 안쪽의 공간에서 피어납니다.

끝까지 자신을 해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의 가벼움. 그것은 늘 정체를 묻고 이름을 따져 묻는 세계 속에서 퀴어한 친밀성이 발견하는 숨결이기도 합니다. 매일 밤 켜지는 작은 불빛처럼,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 다정함이 어떻게 한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지 군더더기 없이 포착했기에, 집행위원회는 〈작은 방〉을 올해의 퀴어영화로 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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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붙이는 건, 지금부터 Yet to be Named〉 | 감독 Director: 에바야시 미즈키 Mizuki Ebayashi

- 도쿄에 사는 스물여덟의 유키히코는 영화를 만들며 음식 배달로 생계를 잇습니다. 그는 임신한 파트너 카에데와 함께, 아직 이름 짓지 않은 첫 아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 아버지가 될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제목조차 정하지 못한 시나리오에 매달립니다. 그 각본은 스무 해 가까이 전 자신을 버린 아버지와 아들이 다시 마주하는 가상의 대화 장면입니다. 유키히코는 그 장면을 거듭 소리 내어 읽고, 또 고쳐 씁니다.

이 작품의 가장 아름다운 태도는 바로 그 반복 속에 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일을, 끝내 다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을 상상하고 헤아려 보려는 일로 옮겨 놓으려는 마음. 자신을 떠난 아버지의 입에 어떤 말을 담아야 할지 고심하며 대사를 수정해나가는 동안, 유키히코는 그를 원망의 대상에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 천천히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글쓰기는 그에게 도피가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을 상상력으로 끌어안아 보려는 통과의 방식이 됩니다. 그리고 그 상상은 곧 '내가 과연 어떤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자기 자신을 향한 물음과 포개어집니다.

제목이 가리키는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상태는 그래서 결핍이 아니라 가능성의 다른 말입니다. 이름 없는 시나리오, 이름 없는 아이, 아직 정의되지 않은 아버지라는 자리. 영화는 이 빈칸들을 서둘러 메우는 대신, 물려받은 상처를 그대로 대물림하지 않고 자기 손으로 새로운 관계를 지어 나가려는 의지에 카메라를 둡니다. 불안정한 시대와 인물에게 닥친 현실의 무게가 그 여정을 단단히 받쳐주는 가운데, 한 사람이 부모됨을 운명이 아니라 스스로 상상하고 선택해야 하는 일로 끌어안아 가는 과정이 차분하게 펼쳐집니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결국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 되는 그 정직하고 끈질긴 태도에 감탄하며, 집행위원회는 〈이름을 붙이는 건, 지금부터〉를 올해의 퀴어영화로 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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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행위원회 특별언급: 눈여겨봐야 할 퀴어영화

□ 〈벽 속의 해골들 Skeletons in the Wall〉 | 감독 Director: 한윤슬 Yoonseul HAN

- 전날 밤의 감정을 '실수'로 치부하려는 태원과 벽 속에서 정체 모를 소리가 들린다는 종삼. 벽을 울리는 굉음이 모스 부호임을 깨달은 두 사람이 메시지를 해독하며 영화는 충격적인 진실로 향합니다.

〈벽 속의 해골들〉은 퀴어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적 갈등과 자기 수용의 과정을 미스터리 장르로 풀어낸 영민한 단편입니다. 정체성이라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벽 너머의 신호를 해독하는 과정은 은밀하고 관능적입니다. 특히 4:3의 화면비와 답답할 정도로 타이트한 프레이밍은 인물들의 좁혀진 거리감과 세계의 폐쇄성을 동시에 탁월하게 표현합니다. 미장센 곳곳에 심어둔 함의들은 짧은 러닝타임 내내 밀도 높은 긴장을 유지시킵니다.

익숙한 세계의 벽을 깨고 바깥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두려움과 욕망. 올해 영화제 슬로건의 의미인 "어둠을 가늘게 뚫고 나오는 작고 일렁이는 빛"을 장르적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포착해 낸 이 9분의 성취에 주목하며, 집행위원회는 〈벽 속의 해골들〉을 올해의 특별언급 작품으로 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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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 키스 뱅 뱅 kiss kiss bang bang〉 | 감독 Director: 올리 라운스파흐 Ollie Launspach

- 올리 라운스파흐 감독은 홈비디오와 사진, 일기, 음성 기록과 인터뷰를 엮어 한 편의 영화적 러브 포트레이트(love portrait)를 직조하였습니다. 그가 응시하려 한 것은 자신의 성별 트랜지션이 연인 스테러 뮐더의 마음에 남긴 자리였으나, 파트너의 감정 세계를 헤아리려 할수록, 렌즈 너머로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그 자신의 내면에서 요동치는 혼란이었습니다.

〈키스 키스 뱅 뱅〉의 가장 큰 미덕은 사랑을 단일한 시점이나 매끈한 서사로 봉합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흩어진 매체의 조각들을 잇대어 만든 콜라주는, 한 관계가 트랜지션이라는 변화를 통과하며 겪는 떨림과 균열을 단정 짓지 않고 고스란히 끌어안습니다. 어지럽고 내밀한 관계의 역학을 가볍지만 예리한 손길로 더듬어가는 이 영화는, 타인을 향해 있던 카메라를 끝내 자기 자신에게로 돌립니다. 그 정직한 방향 전환은 사랑하는 일과 자신이 되어가는 일이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흔들리고 불안하게 깜빡이는 그 내면의 불빛을 회피하지 않고 응시했기에, 집행위원회는 〈키스 키스 뱅 뱅〉을 올해의 특별언급 작품으로 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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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자리에서 고유한 빛깔로 일렁여 온 이 작품들이, 흔들리는 불빛 사이에서 하나의 거대한 별자리를 이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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