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 다섯 살의 용기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시작을 알린 사람을 '로자 파크스'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녀보다 먼저 흑인 인권을 주장한 이는 백인들에게 버스 자리 양보를 거부한 15살의 소녀 클로뎃 콜빈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인종 분리 정책이 극에 달하던 1955년, 버스에서 백인용 좌석이 모두 찰 경우에는 뒷쪽의 흑인용 좌석일지라도 백인들의 편의를 위해 자리를 양보해야 했었답니다.
하지만 그 소녀는 자리를 양보하라는 운전수의 요구와 승객들의 사나운 시선을 무시하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결국 소녀는 경찰에 넘겨졌고 재판까지 받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지만, 이보다 더 어이없는 일은 백인뿐만 아니라 흑인들까지 소녀를 비난했다는 사실입니다. 조용히 순응하며 살지 않고 '나댄다'며 손가락질을 한 것입니다.
그 이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로자 파크스 사건이 벌어졌고 흑인 인권운동에 겉잡을 수 없는 불길이 일어 인종 분리가 정당하지 못하다는 판결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15살 소녀 클로뎃 콜빈이 없었다면 흑인 인권운동의 역사는 더 늦춰졌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흑인 인권운동의 기반을 닦아준 소녀의 나이 열다섯이 주는 감동이 올해 열다섯 해를 맞이한 축제를 준비하며 다시금 떠올려집니다.
차별받을 정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차별받는 사람들마저 그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사회입니다. 정의없는 세상에 맞선 열 다섯 살 소녀의 용기가 세상을 바꾸었듯이 열 다섯 살의 퀴어문화축제가 대한민국을 정의롭게 바꾸는 데에 일조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믿음을 담아 올해에도 이반시티가 퀴어문화축제를 후원합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LGBT커뮤니티를 위해 지원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각자의 바쁜 일과를 뒤로 한 채 축제를 준비해 주신 조직위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깊은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지난 15년간 쉼없이 축제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께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아무쪼록 올해 축제가 사랑이 혐오를 이길 것이라는, 이긴다는 증거가 되기를 바라며 모든 성소수자와 이성애자들의 사랑이 함께 하는 축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클로뎃 콜빈의 말을 전하며 축사를 마칩니다.
“이 세상에 ‘좋은 머리카락’이란 건 없어요. 머리카락은 그냥 머리카락일 뿐이에요.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태어나요. 잘 가꾸기만 하면 되는 거죠."
<이반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