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기획단원 개인의 참여 후기입니다.
지난 10월 22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기획단원들은 제주퀴어문화축제에 부스, 발언, 행진으로 함께했습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의 생생한 현장을 기획단원의 후기로 전합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는 한마디로 아기자기하다. 심지어 줄임말조차 ‘제퀴’라니. 서퀴, 대퀴, 부퀴, 인퀴 등등 다른 어떤 지역의 축제 줄임말과 비교해도 귀엽다. 이런 아기자기한 귀여움을 십분 활용하여 제주퀴어문화축제는 모든 퀴어들에게 제퀴의 이름으로 초대장을 보내며 축제의 장을 연다.
이미지 원본(포스터) 출처: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언뜻 동물의 숲이 연상되는, 제4회 제주퀴어문화축제 슬로건 “모다들엉 퀴어의 섬”에 어울리는 초대장이 아닐 수 없다. ‘모다들다’는 ‘모이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라고 한다.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자는 제퀴의 제안에 걸맞게 통통 튀는 이번 슬로건은 지역색을 한껏 살리면서도 유쾌한 축제의 분위기가 느껴져 마음에 들었다.
축제 전날 느즈막이 도착하여 흐린 날씨에 걱정하여 잠들었으나 축제 당일 오전이 되자 제주 하늘은 더없이 쾌청했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하지만 햇살은 따사로운 그야말로 가을 날씨였다. 대체로 6, 7월에 열리는 한여름의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진행하는 조직위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부럽고 탐나는 날씨! 크지 않은 규모인 신산공원에 많지 않은 숫자의 부스들이 빙 둘러 차려지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두 번째 제주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고 부스를 운영하며 느끼는 제주만의 특징은 아이와 강아지가 많다는 것이다. 아이와 강아지가 많다는 것은 또한 가족 단위로 편안하고 안전하게 즐기는 축제라는 증거가 아닐까? 그 어느 지역의 축제보다 평화로움과 자유로움이 물씬 느껴져 긴장됐던 마음까지 느슨히 풀어져 버리는 것이 ‘제퀴’만의 분위기다.
삼삼오오 작은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하듯 축제를 즐기는 모습, 부스를 돌아다니며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퀴어 굿즈를 얻고 즐거워하는 모습, 아이와 엄마가 함께 보드를 타고 공원을 누비는 모습, 무지개 리본을 단 강아지들을 모두가 환영하며 귀여워하는 모습들 사이에서 내게 초대장을 보내온 제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모다들엉 퀴어의 섬, 모두를 환영해!’
이렇게 평화로운 제주라고 해도 혐오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섬’이 가진 폐쇄적인 특성 아래에서 혐오세력은 더욱 단단히 집결하는 듯 보였다. 축제 장소인 신산공원으로 가는 길에 보이던 어마어마한 크기의 현수막에는 혐오의 말들이 가득이었다. 또한 신산공원 입구로 진입하려면 동성애는 죄이고 가증한 일이라는 현수막을 든 사람을 지나야 했고, 퍼레이드 때는 사랑하니까 반대한다는 피켓을 든 사람들을 계속해서 지나치며 행진해야 했다.
2017년부터 5년간 세 번의 축제를 만들어 온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여러 상황들로 인해 축제를 쉬어가는 동안에도 10회가량의 소규모 행사들을 이어간 이유일 것이다. 제주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혐오세력들. 그러니 2022년 10월, 신산공원에 다시 모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눈앞에서 당당히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고 우리의 삶을 힘차게 외치는 일이었다.
맘껏 외치고 투쟁하는 하루가 필요한 것처럼, 가볍게 안부를 전하고 서로를 챙기는 하루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성명이 떠올랐다. 놀랍게도 나는 하루에 그 두 가지 날을 모두 살았다. 이렇게 뜨겁고도 따뜻한 축제에서 잔뜩 올린 에너지로 겨울과 봄, 여름을 보내고 다시 만날 2023년 가을의 제주를 기다린다.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기획단원 개인의 참여 후기입니다.
지난 10월 22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기획단원들은 제주퀴어문화축제에 부스, 발언, 행진으로 함께했습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의 생생한 현장을 기획단원의 후기로 전합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는 한마디로 아기자기하다. 심지어 줄임말조차 ‘제퀴’라니. 서퀴, 대퀴, 부퀴, 인퀴 등등 다른 어떤 지역의 축제 줄임말과 비교해도 귀엽다. 이런 아기자기한 귀여움을 십분 활용하여 제주퀴어문화축제는 모든 퀴어들에게 제퀴의 이름으로 초대장을 보내며 축제의 장을 연다.
이미지 원본(포스터) 출처: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언뜻 동물의 숲이 연상되는, 제4회 제주퀴어문화축제 슬로건 “모다들엉 퀴어의 섬”에 어울리는 초대장이 아닐 수 없다. ‘모다들다’는 ‘모이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라고 한다.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자는 제퀴의 제안에 걸맞게 통통 튀는 이번 슬로건은 지역색을 한껏 살리면서도 유쾌한 축제의 분위기가 느껴져 마음에 들었다.
축제 전날 느즈막이 도착하여 흐린 날씨에 걱정하여 잠들었으나 축제 당일 오전이 되자 제주 하늘은 더없이 쾌청했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하지만 햇살은 따사로운 그야말로 가을 날씨였다. 대체로 6, 7월에 열리는 한여름의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진행하는 조직위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부럽고 탐나는 날씨! 크지 않은 규모인 신산공원에 많지 않은 숫자의 부스들이 빙 둘러 차려지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두 번째 제주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고 부스를 운영하며 느끼는 제주만의 특징은 아이와 강아지가 많다는 것이다. 아이와 강아지가 많다는 것은 또한 가족 단위로 편안하고 안전하게 즐기는 축제라는 증거가 아닐까? 그 어느 지역의 축제보다 평화로움과 자유로움이 물씬 느껴져 긴장됐던 마음까지 느슨히 풀어져 버리는 것이 ‘제퀴’만의 분위기다.
삼삼오오 작은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하듯 축제를 즐기는 모습, 부스를 돌아다니며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퀴어 굿즈를 얻고 즐거워하는 모습, 아이와 엄마가 함께 보드를 타고 공원을 누비는 모습, 무지개 리본을 단 강아지들을 모두가 환영하며 귀여워하는 모습들 사이에서 내게 초대장을 보내온 제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모다들엉 퀴어의 섬, 모두를 환영해!’
이렇게 평화로운 제주라고 해도 혐오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섬’이 가진 폐쇄적인 특성 아래에서 혐오세력은 더욱 단단히 집결하는 듯 보였다. 축제 장소인 신산공원으로 가는 길에 보이던 어마어마한 크기의 현수막에는 혐오의 말들이 가득이었다. 또한 신산공원 입구로 진입하려면 동성애는 죄이고 가증한 일이라는 현수막을 든 사람을 지나야 했고, 퍼레이드 때는 사랑하니까 반대한다는 피켓을 든 사람들을 계속해서 지나치며 행진해야 했다.
2017년부터 5년간 세 번의 축제를 만들어 온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여러 상황들로 인해 축제를 쉬어가는 동안에도 10회가량의 소규모 행사들을 이어간 이유일 것이다. 제주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혐오세력들. 그러니 2022년 10월, 신산공원에 다시 모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눈앞에서 당당히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고 우리의 삶을 힘차게 외치는 일이었다.
맘껏 외치고 투쟁하는 하루가 필요한 것처럼, 가볍게 안부를 전하고 서로를 챙기는 하루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성명이 떠올랐다. 놀랍게도 나는 하루에 그 두 가지 날을 모두 살았다. 이렇게 뜨겁고도 따뜻한 축제에서 잔뜩 올린 에너지로 겨울과 봄, 여름을 보내고 다시 만날 2023년 가을의 제주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