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기획단원 개인의 참여 후기입니다.
지난 11월 20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기획단원들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행사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위하여”에 행진으로 함께했습니다.
집회 장소는 녹사평역 3번 출구 인근 이태원 광장(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34)이었습니다. 이태원의 입구라 할 수 있는 곳인데요. 무대에서는 연대발언과 공연이 진행되었고, 광장 한편에는 TDOR과 함께 10.29 참사에 대한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시민들이 추모의 메시지를 함께 쓰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10.29 참사 이후 진행된 TDOR 행사. 공동체의 안전, 그리고 애도란 무엇인지, 어떻게 실천되어야 하는지 깊게 생각했습니다. 미국 드라마 "센스8"의 1화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우울한 연극 작품을 퀴어문화축제(Pride)에 선보이게 되어 자신이 만든 작품이 괜히 축제의 즐거운 분위기에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인물에게 다른 이가 이렇게 말합니다. "80년대 퀴어 축제는 완전 장례식 행렬이었어" 모두의 안전을 바라는 애도의 공동체로서 공공영역에 끊임없이 그 존재와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 어쩌면 매해 TDOR을 통해, 그리고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전 세계의 퀴어 공동체는 애도로 공명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대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어진 행진은 대통령 집무실을 거쳐 전쟁기념관 앞에서 돌아 다시 이태원 광장으로 돌아가는 코스로 진행되었습니다. 행진 중에 갑자기 차에서 고개를 내밀고는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괜히 클랙슨을 울려 소음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행진에도 굳이 힘을 들여 비난과 야유, 방해를 하려는 사람들. 타인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을 가진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 삶의 가장 큰 고난들 중 하나겠지요.
그러나 우리 삶에 고난만 있지는 않듯이, 이런 좋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뒤에서 묵묵히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작은 희망이 피어오르곤 합니다. 정작 단 한 번도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즐겨본 적 없이 일만 했다는 조직위의 기획단원분들도 떠오르고요. 이런 분들이 이 세상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이겠지요. 센스8에서 위 장면 이후, 연극을 만든 인물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에게 내 인생과 지금 이 모든 게 어떻게 가능해졌는지를 보여주고 싶어" 이번 TDOR 행사를 위해 고생하신 트랜스해방전선의 모든 구성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기획단원 개인의 참여 후기입니다.
지난 11월 20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기획단원들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행사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위하여”에 행진으로 함께했습니다.
집회 장소는 녹사평역 3번 출구 인근 이태원 광장(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34)이었습니다. 이태원의 입구라 할 수 있는 곳인데요. 무대에서는 연대발언과 공연이 진행되었고, 광장 한편에는 TDOR과 함께 10.29 참사에 대한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시민들이 추모의 메시지를 함께 쓰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10.29 참사 이후 진행된 TDOR 행사. 공동체의 안전, 그리고 애도란 무엇인지, 어떻게 실천되어야 하는지 깊게 생각했습니다. 미국 드라마 "센스8"의 1화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우울한 연극 작품을 퀴어문화축제(Pride)에 선보이게 되어 자신이 만든 작품이 괜히 축제의 즐거운 분위기에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인물에게 다른 이가 이렇게 말합니다. "80년대 퀴어 축제는 완전 장례식 행렬이었어" 모두의 안전을 바라는 애도의 공동체로서 공공영역에 끊임없이 그 존재와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 어쩌면 매해 TDOR을 통해, 그리고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전 세계의 퀴어 공동체는 애도로 공명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대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어진 행진은 대통령 집무실을 거쳐 전쟁기념관 앞에서 돌아 다시 이태원 광장으로 돌아가는 코스로 진행되었습니다. 행진 중에 갑자기 차에서 고개를 내밀고는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괜히 클랙슨을 울려 소음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행진에도 굳이 힘을 들여 비난과 야유, 방해를 하려는 사람들. 타인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을 가진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 삶의 가장 큰 고난들 중 하나겠지요.
그러나 우리 삶에 고난만 있지는 않듯이, 이런 좋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뒤에서 묵묵히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작은 희망이 피어오르곤 합니다. 정작 단 한 번도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즐겨본 적 없이 일만 했다는 조직위의 기획단원분들도 떠오르고요. 이런 분들이 이 세상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이겠지요. 센스8에서 위 장면 이후, 연극을 만든 인물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에게 내 인생과 지금 이 모든 게 어떻게 가능해졌는지를 보여주고 싶어" 이번 TDOR 행사를 위해 고생하신 트랜스해방전선의 모든 구성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