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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 후기

2022-10-20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기획단원 개인의 참여 후기입니다.



지난 10월 15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기획단원들은 인천퀴어문화축에 부스, 발언, 행진으로 함께했습니다.



한낮엔 더웠지만 오후엔 적당한 바람이 불어 행진하기 딱 좋았던 날씨였습니다.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로 걸어가는 동안 공원을 둘러싸고 있던 펜스와 펜스마다 배치된 경찰분들이 보였습니다. 지난 2018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혐오세력의 폭력을 경험했던 분들의 이야기, 그 당시 뉴스로 들었던 이야기들 때문인지 긴장하며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공원으로 들어와서야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걱정과 달리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는 인천퀴어문화축제 관계자분들의 수고와 경찰의 협조로 안전하고 즐거운 축제가 되었습니다.



올해 들어 다른 지역에의 출장이 3번째여서인지 부스 준비에 손발이 척척!! 부스 준비를 마치자마자 많은 분들이 저희 부스를 찾아와 주셨습니다.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워터밤을 같이 즐기셨던 분... 회사 때문에 함께 못해 아쉬웠었다는 분... 정말 많은 분들과 소통하며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많은 분들에게 다양한 이유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기획단원이라는 것이 정말 행복한 소통의 시간이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분위기는 점점 달아올랐습니다. 멋진 공연 후 연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홀릭님의 연대발언은 늘 마음에 잔잔한 위로를 전해주는 듯합니다. 아래는 홀릭님의 연대발언 중 저에게 위로가 되었던 내용입니다.


당신이 진정한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예수처럼 사십시오.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 상처받는 사람들 곁에서 함께 하십시오. 혐오와 차별로 스러져 가는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보십시오. 우리와 함께 밥을 먹으십시오. 우리와 함께 노래하십시오. 우리와 함께 춤추십시오. 우리와 함께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축제하십시오. 그런 삶이 제가 아는 예수를 닮는 삶입니다.


혐오세력 중에는 개신교도로 보이는 이들이 제일 많이 보였습니다. 그들의 손에 들린 피켓을 볼 때면 상처가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 순간들이 찾아올 때 속으로 홀릭님의 발언을 떠올리며 그들에게 속으로나마 "예수처럼 사십시오"를 외치게 될 것 같습니다.



드디어 우리가 우리의 자긍심을 향해 함께 걷는 퍼레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가는 길마다 우리를 응원하는 목소리보단 혐오세력의 목소리가 많이 들렸지만 우리는 그 길 위에서 온전히 우리만의 자긍심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습니다. 하늘 위로는 연대 단위의 깃발들이 펄럭였고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만으로 그 도로를 가득 채웠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치며 걷는 우리는 모두 하나였습니다.



EDM의 열기 속에서 인천퀴어문화축제는 걱정했던 마찰이나 충돌 없이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인천에서의 모든 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전국의 퀴어문화축제에서 함께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