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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제3호] Interview_‘유쾌한 사람’, 영화제 팀 야몽실

2014-05-14

[interview] 제 14회 퀴어영화제(KQFF) 기획단 야몽실



그를 만나기 전,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에 참여하며 오며가며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해봤다. 수월하지 않았을 과정이 짐작되면서도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얼마나 아는 척을 해야 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이런 우려와 어림짐작이 무색해진 순간은, 야몽실이 “지금 영화제 일을 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너스레로 주변 공기를 누그러뜨렸을 때였다.


무언가에 이끌려 와 보니 내 자리가 있더라


30 영화제 참여는 처음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야몽실 13회까지 영화제를 꾸려 오신 분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정말 갑작스럽게 제안을 받았고, 재미있는 영화제를 기획해보자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30 그러면 영화제는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던건가.

야몽실 영화제 일을 하게 될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웃음). 영화제 뿐만 아니라 축제에 관련된 일이 아예 처음이다. 그동안 나는 다른 단체에 오랫동안 활동을 해왔고, 축제에는 부스로 참여해봤다.

30 영화제 참여는 전문지식이 있어야할 것 같고, 왠지 쉽게 접근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야몽실 그렇지 않다. 나뿐만 아니라 영화제 팀 분들 중 영화제를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이 꽤 있다. 기존에 하시던 분 들이 있기 때문에 많이 배우면서 함께하고 있다.

30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쉽게! 설명 부탁한다.

야몽실 먼저 극장잡고, 영상수급해서 전환하고, 자막입히고 한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자막을 영상과 싱크를 맞춘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노동력이 많이 들어간다. 또 스틸컷, 트레일러 등을 받아서 홈페이지에 올리고 리플렛을 만든다.

30 그 모든 일을 다 같이 하는 건가?

야몽실 그렇다. 대부분의 일을 함께한다. 내가 맡고 있는 일은 사무국이다. 그런데 역할분담은 책임감을 가지기 위해서 편의상 나눈 것이다. 중요한 일도 전체회의에서 의견을 모아서 조율한다. 사실상 잡무를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

30 막상 일을 해보니 어떤가.

야몽실 들어오기 전에는 막연히 ‘과연 내 자리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누구나 접근해서 함께 할 수 있었던 자리인 것 같다. 1월 달부터 매주 한 번씩 만나고 있다. 한번 모이면 회의하다가 날 새면 사는 얘기도 하고 영화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이야기하고 그런 게 좋다.

30 1주일에 한번!! 정말 열심히다. 보람이 있나.

야몽실 아직 보람을 느낄 시기는 아닌 것 같다. 한참 많이 남았으니까 할 일도 되게 많다. 영화제가 끝나면 시원섭섭할 것 같다.


작지만 꽉 찬, 14회지만 1회 같은 느낌으로


30 영화제가 열리는 ‘성미산 마을극장’에 대해 소개해달라. 생소한 이름이다.

야몽실 홍대 등지의 유명한 극장들은 대관료가 너무 비쌌다. 그러면 계산해보니까 극장에 사람이 꽉차도 마이너스인거다. 가뜩이나 우리는 예산이 없는데. 마포구나 종로구를 넘어가면 축제와 거리가 멀어진다는 생각에 조급했던게 사실이다. 하다못해 소규모 갤러리부터 알아보기 시작해서 장소만 물색하는데 두 달 정도 걸렸다. 그래서 결정된 곳이 성미산 마을극장이다. 아담하고 좋은데 문제는 있다. 기획단 분들을 모셔놓고 국내 공모작들이랑 상영하는 영화 시연을 해봤다. 그때 참석하신 분들이 의자가 조금 불편하다고 하시더라.

30 굵직굵직한 영화제들이 연이은 시기다. 퀴어영화제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야몽실 관객입장에서는 겹치는 영화가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관객과 소통하는 영화제다. 퀴어들의 삶과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진 다양한 관점을 지닌 영화들을 가지고 왔다. 국내 공모작, 중국 인도,이스라엘,캐나다, 프랑스, 미국 등지의 단편, 장편 등 총 30여편이다. 상업영화의 퀄리티가 아닐 수도 있고 구성이 지루할 수 도 있지만 한편 한편 영화를 통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30 영화를 다 봤을 텐데, 특별히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가 있나.

야몽실 ‘아웃투킬(Out to Kill)’이라는 영화다. 아시아 프리미어 작품이고 장르는 에로틱 스릴러다. 배경이 수영장이고 유일한 소품으로 수건이 나온다. 또 ‘누가 버자이나 울프를 두려워 하는가?(Who's afraid of vagina wolf?)’라는 작품을 추천한다. 고전영화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는가'를 귀엽게 패러디했다. 자금난에 항상 시달리지만 유쾌한 영화감독이 주인공이다. 엘워드의 '파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섹시한 언니 자니나 가반카(Janina Gavankar)도 나온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첫 장면이 수영장이라는거.(웃음)

30 영화를 통해 퀴어의 삶을 간접경험하는 사람, 영화가 마냥 좋은 사람,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은 다양할 것이다. 직접 기획한 입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영화제를 찾아줬으면 하는가. 

야몽실 누구건 상관 없다. 우리는 딱히 영화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건네려는 게 아니다. 준비하는 우리도 즐겁고 함께하는 모두가 즐거운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 소박하다. 영화를 보고 나간 관객중에 단 세명이라도 '정말 여기 잘 왔다. 정말 좋았다'라고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성공한거다.

30 멋지다. 소박한게 제일 힘들다.

야몽실 그렇다. 매주 만나서 고민하고 또 준비하고 있다. 자리도 몇 개 없으니 먼저 오는 사람이 임자다.(웃음) 망설이지 말고 오셨으면 좋겠다.


글│30 · 사진 제공│야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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