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지금은 나를 단단하게 하는 과정’, 스페셜 이벤트팀 서울
봄이 완연한 날. 제15회 퀴어문화축제 기획단 스페셜 이벤트팀의 서울님과 만났다. 아마 그와 한 번이라도 말을 섞어본 이라면, 그의 조곤조곤한 말투에서 단단히 쌓아올린 자존감이 느껴진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까. 그는 짐짓 어색하게 첫인사를 나눴을지라도, 곧 상대방으로 하여금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 같은 친근함을 느끼게 하는, 누구나 부러워할 장점을 지닌 사람이었다.
오밀조밀한 외모, 자그마한 체구, 조금 품이 큰 듯 한 차림이 배우 엘렌 페이지를 떠올리게 하는 그녀, 서울님을 소개한다.
30 오랜만에 뵙는데, 어떻게 지냈나. 어제 통화할 때 정신이 없는 눈치더라
서울 당일치기로 여행을 갔다 온 참이다. 요즘 일이 정말 바쁜데, 연애는 또 거를 수 없으니까(웃음).
30 기획단 일에도 참여를 해야 하니까 부담도 되겠다
서울 그렇다. 이제 계획해온 것을 실행해야 할 때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하고 싶은 일이기에 어떻게든 해내야지.
# 왜 하냐고 물으신다면, ‘철저히 나 자신을 위해서’라고.
30 혹시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말해줄 수 있나
서울 결정적인 경험이 있다. 나는 정체성을 늦게 깨달은 편이라, 나름대로 정립하고 스스로에 적응해 나가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속해 있는 집단 내에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30 혹시 아웃팅?
서울 그렇게 까지는 아니고, 티가 좀 났나보다. 어느 날부터 가십거리가 되어서 많이 힘들었다. 지금은 그때 당시 나를 주제로 입방아를 찧던 사람들이 딱히 나쁜 의도가 있었다는 게 아닌 걸 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부당하다고 느꼈고, 나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30 ‘나를 위해서’?
서울 그렇다. 언젠간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오픈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때를 위해서 나름의 방식으로 준비하는 거다. 기획단 참여는 조금씩 나를 단련해나가는 과정 중에 하나다.
#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에 참여한다는 것,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
30 그렇다면 막상 축제 준비를 하면서 새롭게 느끼고 있는 것들이 있나
서울 몇 가지 있다. 일단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만나본 적이 없다. 그게 재밌고 편하다. 무엇보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느끼는 해방감이 크다. 파편으로 존재하던 나를 하나씩 맞춰나가고 있는 기분이다.
30 팀 분위기가 좋은가 보다
서울 아무래도 우리 팀이 인원이 적으니까. 사람들도 좋고 유쾌하다.
30 D-90일 때 홍대에서 벌인 이벤트 뒷이야기를 해 달라.
서울 그때 느낀 점이 많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곳에서 ‘게이퍼레이드를 지지하는 스티커를 붙여주세요’라고 육성으로 소리치는 경험이라니, 정말 새로웠다.
30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서울 다양했다. 정말 밖으로 조금씩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막상 길거리에서 1대 1로 만나면 대놓고 모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단 설득하려고 하면 들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긍정적인 부분이다.
30 의외의 반응이 많았나
서울 정말 의외였다. 특히 아이와 함께 나온 이성애자 부부들 대부분이 굉장히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 의외였던 건, 20대 초중반의 여성무리들 중 싫은 티를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40-50대 중년 아저씨들이 더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서울이 그리는 퀴어문화축제, “오래된 앨범 한켠에 꽂힌 사진처럼 따뜻했으면”
30 축제날 스페셜이벤트팀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서울 요즘 모으고 있는 Q캠페인 사진을 축제날 야외에 전시하고, 우리 팀의 고은 씨가 하고있는 메시지 프로젝트를 전시할 거다. 또 오프닝 때는 단편영화를 상영하면서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아, ‘LGBT 사진관’도 있는데 이건 포토월을 만들어서 사진을 찍고, 혼인 신고서를 작성해주는 거다.
30 굉장히 아기자기한게, 고등학교 축제에 온 것같은 느낌일 것 같다
서울 그렇다. 2012년 샌프란시스코 퍼레이드를 본적이 있는데, 그렇게 큰 축제도 역사를 보니 처음에는 소박하게 시작했더라. 우리도 축제라는 거창한 이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축제가 대중적으로 가려면 수많은 LGBT들이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의미가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
30 축제를 알고 있지만, 막상 방문하기를 망설이는 LGBT들을 겨냥한 것인가.
서울 맞다.
30 그렇다면 조심스러워서 축제에 오지 못하는 이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
서울 그들이 우려하는 바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건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은 남들에게 관심이 많지 않다는 거다(웃음). 조심해야하는 부분은 당연히 있지만 나를 위해서 뭔가를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는 것 같다.
30 공감한다. 끝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 해 달라.
서울 그냥 편하게 축제에 와도 된다.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 어떤 기사를 봤는데 2005~2006년 사이에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법이 급격하게 변화해왔다고 하더라.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본다. 이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30 · 사진 제공│서울
[Interview] ‘지금은 나를 단단하게 하는 과정’, 스페셜 이벤트팀 서울
봄이 완연한 날. 제15회 퀴어문화축제 기획단 스페셜 이벤트팀의 서울님과 만났다. 아마 그와 한 번이라도 말을 섞어본 이라면, 그의 조곤조곤한 말투에서 단단히 쌓아올린 자존감이 느껴진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까. 그는 짐짓 어색하게 첫인사를 나눴을지라도, 곧 상대방으로 하여금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 같은 친근함을 느끼게 하는, 누구나 부러워할 장점을 지닌 사람이었다.
오밀조밀한 외모, 자그마한 체구, 조금 품이 큰 듯 한 차림이 배우 엘렌 페이지를 떠올리게 하는 그녀, 서울님을 소개한다.
30 오랜만에 뵙는데, 어떻게 지냈나. 어제 통화할 때 정신이 없는 눈치더라
서울 당일치기로 여행을 갔다 온 참이다. 요즘 일이 정말 바쁜데, 연애는 또 거를 수 없으니까(웃음).
30 기획단 일에도 참여를 해야 하니까 부담도 되겠다
서울 그렇다. 이제 계획해온 것을 실행해야 할 때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하고 싶은 일이기에 어떻게든 해내야지.
# 왜 하냐고 물으신다면, ‘철저히 나 자신을 위해서’라고.
30 혹시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말해줄 수 있나
서울 결정적인 경험이 있다. 나는 정체성을 늦게 깨달은 편이라, 나름대로 정립하고 스스로에 적응해 나가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속해 있는 집단 내에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30 혹시 아웃팅?
서울 그렇게 까지는 아니고, 티가 좀 났나보다. 어느 날부터 가십거리가 되어서 많이 힘들었다. 지금은 그때 당시 나를 주제로 입방아를 찧던 사람들이 딱히 나쁜 의도가 있었다는 게 아닌 걸 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부당하다고 느꼈고, 나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30 ‘나를 위해서’?
서울 그렇다. 언젠간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오픈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때를 위해서 나름의 방식으로 준비하는 거다. 기획단 참여는 조금씩 나를 단련해나가는 과정 중에 하나다.
#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에 참여한다는 것,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
30 그렇다면 막상 축제 준비를 하면서 새롭게 느끼고 있는 것들이 있나
서울 몇 가지 있다. 일단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만나본 적이 없다. 그게 재밌고 편하다. 무엇보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느끼는 해방감이 크다. 파편으로 존재하던 나를 하나씩 맞춰나가고 있는 기분이다.
30 팀 분위기가 좋은가 보다
서울 아무래도 우리 팀이 인원이 적으니까. 사람들도 좋고 유쾌하다.
30 D-90일 때 홍대에서 벌인 이벤트 뒷이야기를 해 달라.
서울 그때 느낀 점이 많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곳에서 ‘게이퍼레이드를 지지하는 스티커를 붙여주세요’라고 육성으로 소리치는 경험이라니, 정말 새로웠다.
30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서울 다양했다. 정말 밖으로 조금씩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막상 길거리에서 1대 1로 만나면 대놓고 모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단 설득하려고 하면 들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긍정적인 부분이다.
30 의외의 반응이 많았나
서울 정말 의외였다. 특히 아이와 함께 나온 이성애자 부부들 대부분이 굉장히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 의외였던 건, 20대 초중반의 여성무리들 중 싫은 티를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40-50대 중년 아저씨들이 더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서울이 그리는 퀴어문화축제, “오래된 앨범 한켠에 꽂힌 사진처럼 따뜻했으면”
30 축제날 스페셜이벤트팀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서울 요즘 모으고 있는 Q캠페인 사진을 축제날 야외에 전시하고, 우리 팀의 고은 씨가 하고있는 메시지 프로젝트를 전시할 거다. 또 오프닝 때는 단편영화를 상영하면서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아, ‘LGBT 사진관’도 있는데 이건 포토월을 만들어서 사진을 찍고, 혼인 신고서를 작성해주는 거다.
30 굉장히 아기자기한게, 고등학교 축제에 온 것같은 느낌일 것 같다
서울 그렇다. 2012년 샌프란시스코 퍼레이드를 본적이 있는데, 그렇게 큰 축제도 역사를 보니 처음에는 소박하게 시작했더라. 우리도 축제라는 거창한 이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축제가 대중적으로 가려면 수많은 LGBT들이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의미가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
30 축제를 알고 있지만, 막상 방문하기를 망설이는 LGBT들을 겨냥한 것인가.
서울 맞다.
30 그렇다면 조심스러워서 축제에 오지 못하는 이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
서울 그들이 우려하는 바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건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은 남들에게 관심이 많지 않다는 거다(웃음). 조심해야하는 부분은 당연히 있지만 나를 위해서 뭔가를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는 것 같다.
30 공감한다. 끝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 해 달라.
서울 그냥 편하게 축제에 와도 된다.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 어떤 기사를 봤는데 2005~2006년 사이에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법이 급격하게 변화해왔다고 하더라.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본다. 이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30 · 사진 제공│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