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도시가 무지개 빛깔! -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 자세한 후기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는 5월 6일(토), 5월 7일(일) 이틀 간 진행되었고, 총 10만명의 인파가 모였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5월 5일(금)에 열린 사전행사와 부스, 퍼레이드 트럭에 참여했다.
(부스와 퍼레이드 트럭 참여는 처음이었다.)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원들은 서울과 도쿄의 온도차에 대해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매해 혐오세력과 서울시의 방해에 개최 여부조차도 당일까지 알 수 없는 퀴어문화축제와는 달리,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는 온 도시에서 축하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후지TV 본사. (가지는 못했지만) 도쿄타워도 무지개 조명쇼를 했다고 한다.
마루이 그룹(한국으로 따지면 신세계 그룹)은 백화점 건물에 크게 무지개 깃발을 달았고,
자신들의 광고 영상에도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를 홍보했다.
시부야역 바로 앞.
스타벅스.
반가운 러쉬. 한국의 러쉬코리아 또한 퀴어문화축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올해 퀴어퍼레이드에선 트럭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갭.
5/5(금) "Solidarity Under the Rainbow~한일 퍼레이드 담화~"
(왼쪽에서부터) 통역을 도와주신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 스태프 온,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 대표 야마가타 신야,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강명진, 도야마대학교 교수 나츠오 하야시.
한국과 도쿄의 프라이드퍼레이드의 역사를 쭉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서 나츠오 하야시님의 신선한 주제의 발제도 진행되었다.
특히나, "프라이드퍼레이드에 현실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온라인 프라이드'를 열면 어떻겠는가"
라는 나츠오 하야시님의 구상은 꽤나 멋진 것이었고,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나츠오 하야시님이 2014년 제15회 퀴어문화축제 퀴어퍼레이드 때 혐오세력이 단체로 길에 드러눕는 영상을 보여주셨을 땐, 참여자들이 술렁였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자신을 개신교 신자라고 밝힌 한 참여자가 한국의 보수 개신교가 왜 저렇게 성소수자를 혐오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이렇듯 가까운 이웃나라의 이웃도시이지만 서울과 도쿄의 성소수자, 프라이드퍼레이드가 처한 상황은 확연히 달랐다.
도쿄레인보우는 앞서 언급된 문제의 2014년 제15회 퀴어문화축제 퀴어퍼레이드 때 처음 서울을 방문했다. 혐오세력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시점도 2014년. 야마가타 신야님은 그때 "퀴어문화축제에 매해 와서 연대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행사가 끝난 뒤, 나츠오 하야시님은 사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본의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다들 퀴어문화축제에 가보고 싶어 한다고. 광장을 둘러싸 혐오발언을 내뱉는 혐오세력을 보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를 가지게 된 활동가들이 한둘이 아니고, 나름 입소문도 퍼졌다면서.
K-혐오세력, 과연 자랑스러운 한쿡의 수출품이다.
5/6(토) 부스행사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의 부스행사는 매해 그렇듯 요요기 공원에서 열렸다.
(장소와 일정이 매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점이 가장 부러웠다)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 부스행사에는 확실히 기업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부스들의 이벤트도 굿즈 판매 위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아서, 디젤은 참여자의 사진을 찍어준 뒤 참여자가 #makelovenotwalls 라고 해시태그를 붙여 사진을 SNS에 올리면 현장에서 출력해주는 이벤트를, 시세이도는 메이크업을 해주는 이벤트를, 이밖의 다른 기업들도 독특한 이벤트들을 진행했다.
물론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큰 규모의 부스를 내다보니 정작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뒤로 밀려난 모습도 보였다.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의 스태프들도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잘 조정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계셨다.
사실 '프라이드퍼레이드'라는 행사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관련된 산업이 발전할수록 상업화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 퀴어문화축제엔 기업들의 후원과 부스 참여가 그 규모에 비해 매우 이상할 정도로 부족한 게 현실이지만, 가까운 미래엔 분명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와 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지!) 미래의 기획단원들께서 현명하게 나아가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
5/7(일) 퍼레이드 트럭
무대인사 중인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는 경찰의 가이드라인이 강력해서, 참여자가 미리 몇 번 트럭 뒤에서 행진하겠다고 신청을 해야하고, 중간에 행렬을 빠져나가면 다시 행진하기가 어렵다. 아시아의 다른 프라이드퍼레이드들과는 또 다른 면이다. 참여자의 안전을 강하게 보장하는 동시에, 답답한 면도 있고,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 스태프들도 조금은 답답하다고 하셨다. 게다가 신청인원이 적은 트럭은 취소되기까지 한다! 다행히,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의 배려와 참여자들의 열띈 성원에 힘입어 106명의 참여자가 퀴어문화축제 트럭 뒤에서 같이 행진해주셨다.
이날, 사전에 음향체크할 시간이 부족해서 음악이 빵빵하게 나오지 않았다. 김 빠진 콜라 같은 K-POP에도 참여자들, 도쿄시민들이 호응해주셔서 고마웠다.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는 매해 규모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지원이 -중앙정부 차원은 아니지만- 지방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하나 둘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해서, 스태프와 참여자 다들 자신감에 차 있는 듯 보였다.
서울로 돌아오고 나서 며칠 뒤, 서울시가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 신고를 시민위원회에 넘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누구나 신고하면 쓸 수 있는 광장을, 유독 퀴어문화축제에게만 고자세로 "허가"할 지, 말 지를 결정하겠다는 거다. 서울과 도쿄는 시차가 없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30분이 차이 난다고 한다. 하지만, 프라이드퍼레이드에 대한 인식엔 거의 몇 십 년의 차이가 나고 있다.
언제까지나 도쿄를 부러워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하는 게 맞다.
[서명]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허하라: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nnWMbIIhFWb3TONaHjoN6tKmd-ewvsUwjujuPCEvCptnIQ/viewform?c=0&w=1
글 | 양은석
사진 | 민수, 쭌, 현주, 양은석
온 도시가 무지개 빛깔! -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 자세한 후기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는 5월 6일(토), 5월 7일(일) 이틀 간 진행되었고, 총 10만명의 인파가 모였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5월 5일(금)에 열린 사전행사와 부스, 퍼레이드 트럭에 참여했다.
(부스와 퍼레이드 트럭 참여는 처음이었다.)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원들은 서울과 도쿄의 온도차에 대해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매해 혐오세력과 서울시의 방해에 개최 여부조차도 당일까지 알 수 없는 퀴어문화축제와는 달리,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는 온 도시에서 축하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후지TV 본사. (가지는 못했지만) 도쿄타워도 무지개 조명쇼를 했다고 한다.
마루이 그룹(한국으로 따지면 신세계 그룹)은 백화점 건물에 크게 무지개 깃발을 달았고,
자신들의 광고 영상에도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를 홍보했다.
시부야역 바로 앞.
스타벅스.
반가운 러쉬. 한국의 러쉬코리아 또한 퀴어문화축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올해 퀴어퍼레이드에선 트럭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갭.
5/5(금) "Solidarity Under the Rainbow~한일 퍼레이드 담화~"
(왼쪽에서부터) 통역을 도와주신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 스태프 온,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 대표 야마가타 신야,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강명진, 도야마대학교 교수 나츠오 하야시.
한국과 도쿄의 프라이드퍼레이드의 역사를 쭉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서 나츠오 하야시님의 신선한 주제의 발제도 진행되었다.
특히나, "프라이드퍼레이드에 현실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온라인 프라이드'를 열면 어떻겠는가"
라는 나츠오 하야시님의 구상은 꽤나 멋진 것이었고,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나츠오 하야시님이 2014년 제15회 퀴어문화축제 퀴어퍼레이드 때 혐오세력이 단체로 길에 드러눕는 영상을 보여주셨을 땐, 참여자들이 술렁였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자신을 개신교 신자라고 밝힌 한 참여자가 한국의 보수 개신교가 왜 저렇게 성소수자를 혐오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이렇듯 가까운 이웃나라의 이웃도시이지만 서울과 도쿄의 성소수자, 프라이드퍼레이드가 처한 상황은 확연히 달랐다.
도쿄레인보우는 앞서 언급된 문제의 2014년 제15회 퀴어문화축제 퀴어퍼레이드 때 처음 서울을 방문했다. 혐오세력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시점도 2014년. 야마가타 신야님은 그때 "퀴어문화축제에 매해 와서 연대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행사가 끝난 뒤, 나츠오 하야시님은 사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본의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다들 퀴어문화축제에 가보고 싶어 한다고. 광장을 둘러싸 혐오발언을 내뱉는 혐오세력을 보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를 가지게 된 활동가들이 한둘이 아니고, 나름 입소문도 퍼졌다면서.
K-혐오세력, 과연 자랑스러운 한쿡의 수출품이다.
5/6(토) 부스행사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의 부스행사는 매해 그렇듯 요요기 공원에서 열렸다.
(장소와 일정이 매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점이 가장 부러웠다)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 부스행사에는 확실히 기업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부스들의 이벤트도 굿즈 판매 위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아서, 디젤은 참여자의 사진을 찍어준 뒤 참여자가 #makelovenotwalls 라고 해시태그를 붙여 사진을 SNS에 올리면 현장에서 출력해주는 이벤트를, 시세이도는 메이크업을 해주는 이벤트를, 이밖의 다른 기업들도 독특한 이벤트들을 진행했다.
물론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큰 규모의 부스를 내다보니 정작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뒤로 밀려난 모습도 보였다.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의 스태프들도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잘 조정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계셨다.
사실 '프라이드퍼레이드'라는 행사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관련된 산업이 발전할수록 상업화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 퀴어문화축제엔 기업들의 후원과 부스 참여가 그 규모에 비해 매우 이상할 정도로 부족한 게 현실이지만, 가까운 미래엔 분명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와 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지!) 미래의 기획단원들께서 현명하게 나아가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
5/7(일) 퍼레이드 트럭
무대인사 중인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는 경찰의 가이드라인이 강력해서, 참여자가 미리 몇 번 트럭 뒤에서 행진하겠다고 신청을 해야하고, 중간에 행렬을 빠져나가면 다시 행진하기가 어렵다. 아시아의 다른 프라이드퍼레이드들과는 또 다른 면이다. 참여자의 안전을 강하게 보장하는 동시에, 답답한 면도 있고,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 스태프들도 조금은 답답하다고 하셨다. 게다가 신청인원이 적은 트럭은 취소되기까지 한다! 다행히,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의 배려와 참여자들의 열띈 성원에 힘입어 106명의 참여자가 퀴어문화축제 트럭 뒤에서 같이 행진해주셨다.
이날, 사전에 음향체크할 시간이 부족해서 음악이 빵빵하게 나오지 않았다. 김 빠진 콜라 같은 K-POP에도 참여자들, 도쿄시민들이 호응해주셔서 고마웠다.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는 매해 규모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지원이 -중앙정부 차원은 아니지만- 지방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하나 둘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해서, 스태프와 참여자 다들 자신감에 차 있는 듯 보였다.
서울로 돌아오고 나서 며칠 뒤, 서울시가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 신고를 시민위원회에 넘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누구나 신고하면 쓸 수 있는 광장을, 유독 퀴어문화축제에게만 고자세로 "허가"할 지, 말 지를 결정하겠다는 거다. 서울과 도쿄는 시차가 없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30분이 차이 난다고 한다. 하지만, 프라이드퍼레이드에 대한 인식엔 거의 몇 십 년의 차이가 나고 있다.
언제까지나 도쿄를 부러워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하는 게 맞다.
[서명]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허하라: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nnWMbIIhFWb3TONaHjoN6tKmd-ewvsUwjujuPCEvCptnIQ/viewform?c=0&w=1
글 | 양은석
사진 | 민수, 쭌, 현주, 양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