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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퀴어문화축제 15회 이상 참여자 인터뷰 2: Jay Lee 님

2019-05-31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콘텐츠 업을 하고 있는 게이 Jay Lee입니다. 168/75/36/B


2. 처음 서울퀴어문화축제(2017년 이전엔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을 때가 언제였나요? 어떤 행사에 참여하셨나요?

2002년 이태원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처음 참여했습니다.


3. 그때 느꼈던 인상은 어떠하셨나요? 가장 최근 참여한 서울퀴어문화축제와 처음 참여했던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어떻게 다르나요?

일찍이 게이로서 정체화를 하고 친구들에게도 편하게 이야기했었지만, 공개적인 장소에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라 어색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대에서 작은 공연들이 있었는데, 마치 지나가던 행인인 양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했습니다. 주변에도 저처럼 애매모호한 스탠스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작년 서울광장은 정말 많이 달랐습니다. 일단 규모가 몇 십 배 커지기도 했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 많은 참가자들의 마음가짐도 편안해 보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당당하게 보여주는 모습이 가장 달라진 점 같네요.


4. 서울퀴어문화축제는 Jay Lee 님께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의 축제인가요?

퀴어의 존재는 성별, 인종 등 다른 카테고리에 비해 가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일 년 중 단 하루라도 우리를 드러내는 '가시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으면 유니콘처럼 상상의 존재로만 인식하게 되고, 비퀴어당사자들 멋대로 정의하거나 분명히 있는데도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기 쉬우니까요. 퀴어당사자로서는 껍질을 깨고 나와 일반 사회의 한복판에서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자리입니다. 2019년 수만 명과 함께 광장에서 뛰놀고 광화문을 행진하는 경험을 하는 스무 살의 게이가 앞으로 만들어갈 게이 라이프는, 2002년 우물쭈물하며 누가 알아볼까 눈치보기 바빴던 스무 살의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무척 다를 겁니다. 실제로 게이 커뮤니티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지난 몇 년 간, 자발성과 창조성, 조직성 면에서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고요. 그런 점에서 이후의 변화도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행사로서의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저 역시 3년 간 몸 담았던 사람인지라 징글징글하고 짠하고 경외롭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5. 재미있거나, 슬펐거나, Jay Lee 님만 알고 있는 에피소드 등…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면서 경험한 독특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혹은, 참여하실 때의 생각, 감정에 대해서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2002년부터 올해까지 웬만하면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퍼레이드의 카타르시스와 그것이 삶에 가져다주는 소중한 변화를 제 주변의 친구들도 함께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티핑 포인트는, 2014년 신촌 퍼레이드가 아니었나 합니다. 종로와 이태원을 중심으로 한 나이트 라이프가 성장하면서 오히려 그 안에서 '우리끼리' 별 불만 없이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2014년 퍼레이드를 가로막는 혐오세력을 직접 맞닥뜨리면서 그들의 폭력을 물리적으로 가시적으로 겪은 경험은 큰 충격을 주었고, 이후 게이들의 동지의식과 참여도는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명확한 공동의 적이 생긴 셈이죠. 저 역시 이듬해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직위에 참여했으니, 2014년 신촌의 후폭풍은 제게도 대단했습니다.


6.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처음 참여하시는 분도 많으실 텐데요, 그분들께 ‘서울퀴어문화축제 가면 꼭 이런 것 해보세요’ 혹은 ‘꼭 이런 것 준비해 가세요’ 등 조언하실 말이 있나요?

여러분이 알고 있는 퀴어 혹은 퀴어 커뮤니티는 정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현장에 가시면, 그것이 전부인 양 오해하고 살아왔던 것들이 많이 깨져나갈 겁니다. 마음을 최대한 여시고, 부스 하나하나, 사람들 하나하나 있는 그대로 느껴보세요. 10만 명이라면 10만 명 모두가 각기 다른 자신의 스토리를 안고 1년 중 단 하루 오롯이 나 자신이기 위해 모이는 자리입니다. 논란도 잊고, 두려움도 잊고, 광장 한복판에서 길거리 한복판에서 사람들의 에너지를 즐겨보세요. 그거면 됩니다.


7. 성소수자 인권증진, 문화향유를 위한 공개문화행사에 대해 그리는 이상적인 모습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희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소중한 조언으로 삼겠습니다.

서면으로 적기 쑥스럽네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사진: 2018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 당시

출처: Jay Lee 님


사진: 2018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 당시

출처: Jay Lee 님


사진: 2016 제17회 서울퀴어문화축제 당시

출처: Jay Lee 님


사진: 2015 제16회 서울퀴어문화축제 당시

출처: Jay Lee 님


사진: 2009 제1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당시

출처: Jay Lee 님


사진: 2017 제18회 서울퀴어문화축제 당시

출처: Jay Lee 님


사진: 2016 제17회 서울퀴어문화축제 당시

출처: Jay Lee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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