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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문화의 힘」 토론회 후기

2024-04-24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지난 4월 19일 금요일, 낙원상가 엔피오피아홀에서 「퀴어문화축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문화의 힘」 토론회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참여를 사전등록해 주신 40여 명과, 현장에 찾아와 주신 20여 명까지 총 60여 명의 청중이 행사의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당초 행사 장소로 예약되었던 ‘시민청’으로부터 불과 7일 전에 대관 취소를 당하는 등, 시작하기 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는데요, 조직위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토론회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럼, 행사 스케치를 살펴볼까요? 먼저 발표자 및 사회자, 발표 내용입니다.


- 추미경 (사)문화다움 대표 [발표자]: 퀴어문화축제의 축제성과 문화적 경로에 대해

- 김민수 서울퀴어퍼레이드집행위원회 공연팀 기획단원 [발표자]: 공공은 어디에 있나요

- 최혜자 문화디자인자리 대표 [발표자]: 문화축제로서 퀴어 축제를 읽다

- 한채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이사 [발표자]: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결정적 순간들

- 홀릭[사회자]: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



이번 토론회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이하 ‘축제’)가 25회 개최를 맞아 준비한 두 번의 공개행사 중 첫 번째 행사입니다. 25살 나이를 먹으며, 서울퀴어문화축제는 한국에서 가장 크고 주목받는 비영리 민간 축제로 성장하였습니다. 15만 명이 방문하는 축제는 더 있겠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세비(세금으로 충당하는 예산)로 주최하거나, 대형 콘서트나 박람회와 같은 영리 행사이기에,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명실공히 한국 최대의 비영리 민간 공개 축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22 제23회 서울퀴어퍼레이드 현장 사진


조직위 구성원이 축제의 특별함을 깨닫게 된 것은, 작년 '2023 문화다움기획상131'에서 수상한 것이 계기입니다. '문화다움기획상131'은 2년 주기로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하는 문화기획 주제를 선정하고 이 주제에 합당한 문화기획 작업을 수행해 낸 사람, 단체, 프로그램, 공간 등을 선정하는 상인데요. 2023년에는 주제 "안녕 !? 축제"를 통해 "이 축제가 왜 개최되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떠한 문화가치를 만들어갈 것인지, 전환적 사회환경 속에서 축제가 어떤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행사 개최의 지속성을 넘어 문화적 행위로서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등의 문제의식에 주목했다고 합니다. 아래는 문화다움에서 정성스레 써 주신 선정의 이유입니다.


축제의 본질 중 하나로 일탈성을 말하는 이유는 관습화 되어버린 일상을 벗어나 다가올 새로운 생각과 감각을 압축적으로 경험하는 장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문화다움기획상은 서울퀴어문화축제가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시대정신이 담긴 가치를 축제로 확산하고, 나와 다른 남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폭발적 계기를 만들어 왔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또한 외부 재원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 축제운영의 지속, 다양한 층위의 시민과 조직 간 교류, 국제적 연대를 확산하고 동시대 문화가치를 실천하는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내적 에너지에 주목했습니다.


2023 제24회 서울퀴어퍼레이드 현장 사진


정말 감동적이죠? 조직위는 작년 연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찾아온 '문화다움기획상' 선정 이후, 제25회 축제를 기념하는 행사를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는 그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이번 「퀴어문화축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문화의 힘」토론회의 기획의도입니다.


축제의 원형은 마을의 공터에 사람들이 모여 벌이는 잔치입니다. 누군가는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음식을 나눕니다. 이 자리에서는 자유롭게 양반에 대한 풍자를 하기도 하고, 혼자서 생각하던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하며 익살스럽고 즐겁게 서로를 위로합니다. 축제의 핵심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며, 이렇게 모인 사람들의 목소리는 부조리를 바꾸는 변혁의 힘으로 작용합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이러한 축제의 원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행사로 평가됩니다. 하루에만 연인원 15만 명이 방문하는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성소수자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공연과 전시를 통해 서로를 응원하고, 함께 행진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에 저항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퀴어문화축제, 나아가 민간 축제의 입지는 나날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광장에는 나무를 심고 조형물을 설치하며, 정부지원금은 축소되면서 민간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행사는 점차 정부의 입맛에 맞는 행사에게 밀려나고 있습니다. 행정의 차별은 직접적이지도, 폭력적이지도 않습니다. ‘공정한’ 심사위원회를 통한 장소 사용 불허, 지원 제도에서의 배제 등이 행정 절차의 외피를 하고 말끔하게 진행됩니다. 광장 사용 허가 절차는 날로 까다로워지고, 사용료는 터무니없이 올라갑니다. 이렇게 공공장소의 달력은 정부 주도의 관변 행사가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 올해로 25회를 맞은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축제가 가진 민주주의의 원형적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평등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 함께 모인 사람들의 정당한 저항, 억압받는 사람들과 약자들의 연대가 무엇인지 다시 짚어보려고 합니다.


제1회 축제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온 기획자·작가 한채윤, 다양한 비영리 민간 문화예술축제를 기획하고 현재는 서울퀴어퍼레이드집행위원회 공연팀 및 독립예술웹진에서 활동하는 김민수, 문화의 지역성·다양성에 주목하며 소통과 공존을 강조하는 문화정책 연구자 추미경, 현대사회에서의 예술의 역할·문화예술 교육·일상 문화를 탐색하는 비교문화 연구자 최혜자님을 모셨습니다. 그간 '성소수자' '인권'의 측면에서만 다루어졌던 퀴어문화축제를 '문화예술' '민주주의' '공공성' 등 새로운 관점으로 논의하고 평가하고자 합니다. 이 토론회의 발표와 논의가 퀴어문화축제를 비롯한 국내 비영리 민간 문화예술 행사의 저변과 토대를 두텁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행사 내용으로 들어가 볼까요? 아래부터는 발표 속기록을 발췌한 내용입니다.


1. 추미경 "퀴어문화축제의 축제성과 문화적 경로에 대해"

(사)문화다움 대표 /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겸임교수

축제에 대한 관심으로 문화현장의 문을 두드렸다가 점차 지역문화, 서로 다른 문화의 소통과 공존에 관한 영역으로 생각과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 문화현실에 맞는 문화기획과 예술경영의 전문인력을 키우고자 1998년 설립된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현 문화다움) 창립 스텝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사)문화다움 대표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추미경은 영문학과 공연예술학을 공부하고 영국에서 문화정책을 전공했으며, 지금은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문화다움기획상은 해마다 문화기획자가 주목해야 하는 주제를 설정하고 그 주제에 합당한 역할을 하는 그런 기획자에게 주는 상이 있습니다. 이번에 <안녕축제>라는 주제로 우리 퀴어문화축제가 수상을 하셨어요. 문화다움에는 여러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추천을 하고, 저희가 직접 선정한 게 아니라 현장에 문화기획자들이 투표로 가장 많은 표를 받으셨기 때문에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 축제가 1000개 이상 매년 열리고 있는데, 퀴어문화축제만큼 원초적인 축제는 저는 없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 원초적이라는 것이 굉장히 저는 좋은 의미로 쓰는 건데, 이 축제의 본성을 가장 어떻게 보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축제의 본질이나 축제성이라는 것은 흔히 우리가 전통 축제에서 찾아왔었어요. 제의라든지 고대아 제천의식 이런 여러 가지 옛날 축제들을 보면 대체로는 무서운 자연이라든가, 그리고 사회가 지금과 같은 사회는 아니었기 때문에 억압받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고,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굉장히 특별한 시간 공간에서 보통의 것과는 전혀 다른 행위나 생각과 표현을 해봄으로써 한번 일탈하고 또 전복도 해보고, 해방감을 느끼면서 그런 경험들을 통해서 공동체적인 질서를 회복하는 문화적 장치이자 놀이로써 흔히들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고.

축제란 철저한 해방과 자유로움을 통해서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다른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또 그런 것들을 통해서 일상이 정화되고 삶의 탄력이 회복되고. 어쩌면 질서에 중압된, 위축된 생명감을 재생하게 만드는데 이런 걸 지금 느낄 수 있는 축제가 없어요. 정말 없는데, 저는 퀴어문화축제가 사실 이런 것들을 온전하게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현대축제들이 점점 제의적인 요소라든지 이런 것들이 약해지고 동시대 환경의 새로운 기능과 구조로 변화하면서 예술축제도 있고 감각축제도 있고 문화산업형, 전통문화의 커뮤니티 축제 이렇게 다양하게 개최가 되는데. 문제는 이런 형식도 다변화되고 유형도 다양화 되면서 원래 가지고 있던 축제의 복질을 점점 잃어간다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통적인 축제성을 그대로 가지고 올 수는 없지만 축제 유형이 다양하면 다양한 대로 이 동시대의 새로운 축제성을 만들어내는 게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이런 것이 좀 약해지고. 많은 교류와 국제적인 연대, 그리고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참여하시는 많은 분들이 상당히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알고 있어요. 이런 내적 에너지가 정말 훌륭하다고 저희가 생각을 했고 또 (문화다움상 심사에)참여하신 수십 명의 전문기획자들이 그걸 주셨다고 생각이 됩니다.



2. 김민수(엠케이) "공공은 어디에 있나요"

서울퀴어퍼레이드집행위원회 공연팀 기획단원 /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위원

거리예술을 비롯한 공연예술축제를 만드는 기획자이자 음악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기보다 침묵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데에 더 관심있다. 김선율, 민수민정,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등 소속을 자랑스러워한다.

2018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제작운영PD

2019-2020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기획스태프

2021-2022 공공예술프로젝트<도시,을지로+2도씨> 공연PD

2021-2023 수원연극축제 조감독


옛날에 결혼식을 할 때 해가 들면 재수가 좋지 않다는 소문을 퍼트려서 천을 가져오게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로 그늘막을 만드는 거죠. 우리 제사 지내는 날에 문 열어놓잖아요. 뭐 영혼을 환영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영혼이 그것도 못 뚫고 들어오면 어떻게 복을 주겠습니까? 사실 그거는 가난한 이들이 제삿밥을 얻어먹을 수 있게 하려고 문을 열어두는 거겠죠. 저는 축제라는 게 사람들이 뭔가를 받아가는 게 아니라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축제는 기관의 것도 아니고 멋진 엔터테인먼트도 아니고 사실은 우리같은 작은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것들을 나누면서 주변의 사람들을 만나는 그런 자리인 것 같아요. 저는 서울퀴어퍼레이드에 돈을 받지 않는 걸 넘어서 쓰면서 일을 하거든요. (웃음) 그런데 그게 엄청 좋아요. 그게 멋진 축제에 내가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아... 또 돈 안 받으면 거기서 오는 또 자유도와 신남이 있거든요.

사람들이 축제 안에서 엄청 치열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그 안에 공론장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축제가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그것에 대해서 치열하게 싸우고 하는 모습들을 보다 보면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대변되고 있다고 느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사실 공공이었거든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사실은 공공이고 이 사람들이 축제를 통해서 만나고 싶은 타인들이 공공이고, 그들이 사랑하는 주변의 친구들이 사실은 공공이라는 것을요.



3. 최혜자 "문화축제로서 퀴어 축제를 읽다"

문화디자인자리 대표

회사를 운영하면서 성공회대학교 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지역과 일상의 질문을 탐색하고자 예술경영, 비교문화를 공부하였고, 기획자이자 연구자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겁이 많지만, 호기심이 더 많은 탓에 “사서 고생”하며, 예술의 역할, 문화예술교육, 문화 다양성, 지역문화, 생활문화, 젠더, 도시를 30년째 탐색하고 있다.


그런데 그때 제가 뭐라고 이야기했는 줄 아세요? 일단 커버를 쳐야겠다는 생각이 딱 들어서 제가 한 소리는 전혀 이상한 소리를 했어요. "아, 난 이 축제 굉장히 마음에 들어!" 막 이러면서!

공동의 문화적 경험을 만드는 행위가 또 축제일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게 과거에는 공동체성이라고 하는 것으로 표현이 됐지만 현대 사회에 와서는 공동의 행위를 하면서 그것 자체가 다시 일상으로 가는 이런 것도 있는데 저는 퀴어는 세 번째 참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공동의 문화적 경험을 통해서 제가 어느 해인가 갔던 모습 중에는 소녀시대의 춤을 추는 한 12세, 13세, 14세 소년들이 있었는데 빨간 바지, 파란 바지, 노란 바지 막 이렇게 입고 춤을 추는데 그게 너무 너무 예쁘더라고요. 너무 너무 예쁜데 이친구들이 너무 너무 행복해 하면서 춤을 추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이들의 공동의 이 행위들이 일상에서 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까 하는 것들. 그리고 그걸 보고 있는 사람들이 겪는 힘. 이런 것들이 느껴졌는데 결국은 회복과 재질서를 만드는 행위이고, 이 공동의 행위가 퀴어축제 속에서 우리가 경험한. 또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위를 통해서 아무렇지 않게 경험하고 그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이 재질서의 과정들이 저는 굉장히 중요하지 않았나.

사실은 우리나라의 축제라고 하는 것들이 확 퍼지기 시작한 거는 1993년, 1994년. 지방자치제가 만들어지면서 이제부터 각 지방도 스스로 자립을 해야한다, 정부에서 지원금 안 나온다, 뭐든지 장사해야 한다고 하니까 전국에 지역축제들이 확 활성화되면서 전국에 지역축제가 많이 생겼죠. 사회변화에 따라서 문화적 욕구도 많아지고 지방자치제도에 의해서 지역축제가 확산이 되면서 지역축제마다 뭔가 쌔끈하다고 하는 게 있으면 가서 보고 딱 따라하고, 모두가 다 카피하고 똑같이 하는 축제들이 점점 많이 생기고 심지어는 상업적 축제, 관광 축제.외국인들이 몇 명이 오는가 이런 것들을 문체부에서 기준으로 만들면서 사실은 축제가 굉장히 정형화되고 비슷비슷해져서 축제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 그 주체들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가 비슷비슷해지는 그런 축제들로 많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축제가 자꾸 지자체 중심으로 정형화되는 이런 패턴 속에서 축제가 점점 재미 없어지는 것이 또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축제는 기본적으로 고유성을 가진 축제가 가치가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존재로부터 출발한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는 퀴어 축제가 그런 의미에서는 정말 처음부터 이런 부분에서 명확성을 가지고 있고. 존재가, 그다음에 퍼레이드 같은 이런 행위들, 그다음에 특히 한국의 퀴어축제 같은 경우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서 함께 만나고 마주치고 행위들을 서로 읽고 발견하고 이런 것들을 통해서 통합되는 이 과정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고. 그리고 퀴어축제가 처음에는 존재를 드러내려고 했었는데 점점 인류보편의 메시지를 담아가는 이런 것들은 굉장히 퀴어축제가 가지고 있는 가치라고 보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역대 슬로건을 쭉 읽어보세요. 처음에는 "나와봐, 나도 있어. 우리 만나자." 이런 식의 이야기를 계속 해요. 손 잡자는 둥 이러거든요. 그러다가 메시지가 나오기 시작해요. 그러다가 "우리 당당해지자." 이러면서 뭐 위풍당당이니 작렬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예찬도 나오고 그러면서 "함께 살자, 차별을 끊어내자." 이런 메시지가 나오는 걸로 봐서 전체적으로 이걸 한번 쭉 정리해 보고 난 다음에 "아, 퀴어축제가 정말 많이 성장을 했구나. 우리 사회에 참 의미있는 메시지를 담고 자기로부터 출발해서 사회 전체를 보담아가는 이런 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 확장이 너무 훌륭하고 아름답다."라는 생각이를 듭니다. 더구나 명확한 고유성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니 이건 너무 좋아. 너무 좋은 거죠. 그래서 퀴어축제의 지난 20년을 보니까 잘 크셨습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한채윤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결정적 순간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이사

2001년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축제 기획을 따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축제가 서로 흩어져 지내던 사람들에게 행복한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내는 특별함이 있다는 점을 일하면서 배우고 있다. 

『한채윤의 섹스 말하기(2000)』, 『여자들의 섹스북(2019)』, 『우린 춤추면서 싸우지(2023)』를 혼자, 『도란스 기획 총서 1~4 (2012~2023)』, 『소수자운동의 새로운 전개(2013)』, 『페미니스트 모먼트(2017)』,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X민주주의(2018)』,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2020)』, 『잠깐! 이게 다 인권 문제라고요?(2021)』등을 함께 썼다.

2001-2002, 2005-2009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

2010-2019 서울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팀 기획단장

2020-현재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이사


퀴어문화축제, 중요한 포인트. 첫 번째 포인트는 이겁니다. 퀴어들이 도로에 선다고 하는 거예요. 퀴어들이 도로에 어떻게 설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 것이 2000년 8월 26일이 처음이었던 거죠. 도로에 설 때 어떤 걸 걸고 설 것인가가 있을 텐데 당시 한국에서는 이런 게 없었고 전 세계적으로는 이걸 다 프라이드 퍼레이드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가 쓰기에는 2000년대 당시에 프라이드는 한국에서 자동차 이름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걸 특별하게 자긍심이라는 단어로 떠올리지 않았고 퍼레이드는 국군의 날에 하는 거지 민간에서 하는 거는 롯데월드에 가야만 하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프라이드 퍼레이드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아무에게도 가 닿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그전에 뭘 하시는 분들이 많이 쓰는 이름은 대동제, 한마당, 대잔치... 뭐 이런 거였죠. 그래서 사실 1회에도 보면 잔치 들어가 있습니다, 포스터에. (웃음) 그런데 약간 그래도 좀 다른 느낌이 나야 될 것 같아서 선택했던 이름이 축제였고.  워낙 축제라고만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해석할지 몰라서 문화축제, 우리는 퀴어니까. 퀴어문화축제라고 이름을 넣었고. 퀴어라고 하는 단어를 2000년대만 해도 알아듣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알아듣는 사람이 없다는 장점을 활용해서 만들었어요. 퀴어문화축제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무슨 축제인지 몰라서 하라고 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가지고 퀴어문화축제라는 이름을 썼는데, 그러다 보니 사실 축제와 문화라는 단어가 들어갔지만 이 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문화기획자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축제를 준비하거나 문화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퀴어들이 어쨌든 거리로 한번 나와보고 싶은데 우리는 대체 어떤 형식으로 나와야 할까? 그래서 퍼레이드라는 형식을 가져오면서 문화축제라는 이름을 썼습니다.

문화판에서 관심을 가지고 불러주시고 해서 "아, 우리의 형식이 뭔가 문화형식하고 가까운 건가보다." 생각했지만 여전히 좀 쫄아 있었는데 작년 12월에 문화다움에서 불러서 상을 주셨을 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게 정말 약간 "아, 우리가 문화판에서 인정을 받았구나."도 있고, 또 하나의 큰 깨달음은 퀴어로서의 프라이드, 자긍심도 있지만 한국에서 문화축제라고 하는 것을 25년 동안 키워온 것에 대해서 이 기획단들이 자부심을 가질만 하고, 또 하나는 특히 한국은 워낙 독재정권의 시기가 있다 보니까 주류에 저항한다고 하면 저항 방식이 다 집회 형식이에요. 집회도 집회 문화가 있는 건데. 그런데 집회랑 축제는 또 다른 면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데 계속 이 퀴어문화축제를 집회 형식으로 가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런데 저희는 집회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처음 시작 포인트는 그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축제의 형태를 지켜야 하는데 사실 그게 뭔지는 잘 몰랐던 거죠. 처음에 그렇게 문화기획자로 시작했던 것이 아니니까. 한편 현재 퀴어문화축제가 앞으로 어디로 더 나아가야 할 것인가 라는 길을 찾는 데는 문화축제라고 하는 정체성에 더 주목하고 나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이 컨퍼런스를 기획하기도 했는데 기획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건 세 분의 발표를 들으면서 좀 힌트를 얻은 것 같기도 하고. "아, 이게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구나."라고 느낄 수 있어서 저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레즈비언으로 이루어져 있는 밴드였어요. 몇몇 분들은 얼굴을 드러냈지만 보컬하고 기타는 얼굴을 드러낼 수가 없었던 거죠. 저희는 고민을 했습니다.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면 올리지 않을 것인가? 그런데 그런 이유로 빼버리면 아무도 올라갈 사람이 없어요. 지금 옆에 보시는 분이 사회보시는 분인데 그 당시에는 거의 여성단체에서 하는 행사는 다 사회를 보시던 굉장히 유명한 분이거든요. 그러니까 이성애자는 얼굴을 드러내고 퀴어들은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태라고 하는 굉장한 아이러니가 보이기도 하지만 일단 기획단에서 결정을 했던 것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 얼굴을 보여주는 것만이 당당하고 아니면 당당하지 않고 이럴 수 있는가? 라고 해서 "가려도 좋다. 무대에 올라가서 하자!"라고 해서 진행했습니다. 그러니까 퀴어문화축제 역사에서 계속 이 프라이드라고 하는 것이 무엇이고 우리가 우리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문화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하는 고민들이 계속 있었죠.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입니다. 신촌에서 했던 제15회 퀴어문화축제입니다. 경찰들이 있고 앞에 혐오세력이 처음으로 나온 퀴퍼가 2014년도거든요. 그러니까 2013년도까지는 계속 앞에 보셨던 것처럼 "나갈까 말까, 나가볼까? 거리에 서니까 좋네? 도로를 걷는 거 너무 좋네." 사람들이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바이섹슈얼들이 이렇게 많아?"라고 이야기를 했다면 2014년부터는 "너희 거리로 나오지 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맞부딪히게 된. 어떻게 대응을 했는가. 옆에 이런 식으로 있는 거죠. 호모포비아들을 용서해 달라고 들고 있었고요. 너네는 혐오해라, 우리는 사랑한다.

한 몇백 명이 드러누워서 아예 행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태. 그래서 이 상황이 4시간 정도 진행이 되면서 결국 밤 9시 반에서 10시 반까지 야간 퍼레이드를 했습니다. 이때 원래 4시 반에 출발하려고 했던 것이 5시간 가량 연기가 되었으니까 기다리던 분들에게는 굉장히 긴 시간이었을 텐데 한 5000명 정도가 남아계셨어요. 이것이 퀴어문화축제가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하나의 계기가 된 거죠. 그래서 2014년도에 이분들이 처음 와서 막은 덕분에 사실 그다음에 서울광장 갔습니다. (웃음) (박수)너무 유명해져버렸고요!

그래서 서울광장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지금 보시면 저쪽 건너편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죠. 건너편에 있는 분들 이렇게 열심히 하고 계시고. 저희는 광장 안에서 무대에서 환호를 하고 너무 행복한 모습으로 있고. 모두 각각 존재를 드러낸다고 하는 것이 또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가 하는 것들에 굉장히 창의적으로 자신들을 꾸미고 나오고 저걸 보는 게 기쁘고. 무대에서의 모습들, 춤추고 노래하고. 이런 많은 것들이 저희에게 있었습니다. 저는 앞에 분장했다고 강조드렸지만 여기 있는 사진처럼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웃는 얼굴이에요.이게 사실 되게 신기한 건데 혹시 안 해보셨으면 해 보시면 좋겠는 건, 사람이 차가 다니던 도로에 서면 그렇게 웃음이 나와요. (웃음) 이상하게 웃음이 나와요. 내가 전혀 갈 수 없었던 공간에 내가 서서 걷는다고 하는 것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퀴어문화축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문화의 힘」 토론회, 어떠셨나요? 이번 토론회를 통해 많은 분들이 축제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에는 물론 시민청도 있습니다. 과연 이 토론회가 대관 취소를 당할 만한 사유를 가진 토론회였을까요? 시민청에 다시금 묻습니다.

대관 취소를 당하면서, 퀴어문화축제가 민주주의의 첨단의 의제에 있다는 것이 오히려 강조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소중한 축제, 앞으로도 열심히 가꾸어나가겠습니다. 2024년에도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