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출장 후기

2024-10-16

대구는 한국 내 도시 중 두번째로 퀴어문화축제가 시작된 곳이고, 지금까지 16년을 중단되지 않고 이어온 도시이다. 나에게 대구가 인상이 깊은 것은 처음 대구에서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반가움, 호기심, 기대 등이 아직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민참여형 문화행사가 보편화되지도, 행사의 개최 환경이 윤택하지도 않았던 시기에 보수적이라고만 알려졌던 도시 대구에서 두 번째의 퀴어문화축제가 탄생했다는 소식의 놀라움이 컸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여전히 윤택하지는 않은 것 같다)

바로 얼마 전까지 대구시와의 법정 소송이 이어지기도 했었기에 올해의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순탄하고 안전하고 즐겁게 개최될 수 있기를 바라며 대구로 향했다. 많은 행사들이 쉽고 원활하게만 준비가 진행되지 않는다지만 퀴어문화축제의 준비엔 유독 위기와 변수가 쉼 없이 들이닥치곤 한다. 행사 전날 대구에 도착하여 들은 소식은 현장 상황으로 인한 장소 변경 공지였다. 내가 서울에서 행사를 준비하며 마주했던 급변하는 현장의 상황들이 오버랩 되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해야 할 대구 조직위 분들의 고생이 훤히 보이는 듯했다. 밤 산책 겸 예정 장소를 둘러보는데 경찰이 이곳저곳에 비치해 둔 수많은 안전펜스를 보며 당일의 현장이 더욱 궁금해졌다.

갑작스럽게 변경된 장소의 여파로 행사의 시작 시간이 늦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분위기는 좋았다. 공간도 넉넉했고 참여자들의 표정도 밝았다. 많은 참여자들은 현장의 부스 및 다른 참여자들과 소통하며 행사를 즐기고 있었고 한없이 행복해 보였다. 이것이 퀴어문화축제가 이어져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이어지는 행진은 예년 보다 거리는 줄어든 것 같았으나 흥겨웠고 많은 호응 속에 진행되었다. 물론 퍼레이드의 빠질 수 없는 양념인 혐오세력들이 곳곳에 있었으나 행진 참여자들은 이제 그런 이들에게까지 환호하며 행진을 즐겼다. 끊이지 않는 흥을 제공하는 행진 차량과 이에 호응하며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행진 참여자의 모습은 완벽한 퍼레이드를 이루어 냈다.

대백(대구백화점) 앞 길에서 시작했던 첫해의 기억, 승합차를 이용한 행진 차량을 따라 걷던 기억, 난데없이 발생한 인분 테러의 한복판에 있었던 기억 등 지난 16년간 쌓인 수많은 대구퀴어문화축제의 기억에 올해의 새로운 장소와 분위기가 추가될 것 같다. 올해 현장 부스를 운영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감사합니다’였다. 이는 단순한 감사가 아닌 함께 참여하고 서로를 지지하는 것에 대한 양방향의 응원이 아닐까 한다.

다양한 기억과 다양한 행사들로 이루어진 현재를 이루어낸 조직위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이어질 대구퀴어문화축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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