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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제10호_Culture] 창작자 콜라보 전시 <퀴어路 I am> 소개 및 인터뷰

2016-06-09

퀴어문화축제 창작지원팀은 퀴어 문화예술 창작·보급, 퀴어문화창작자 지원사업, 시민대상 퀴어 문화예술교육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퀴어 문화콘텐츠 활성화와 퀴어 문화예술인 네트워크 구축하고 있습니다. 퀴어문화창작자 지원사업을 함께하는 퀴어 작가 4분의 콜라보 전시를 소개합니다.


전시 <퀴어路 I am> 소개


완전한 타인이던 4명의 동성애자 그림쟁이들이 퀴어문화창작 지원사업을 통해 ‘각각 다른 퀴어들의 모습’을 주제로 전시를 한다. 나의 정체성과 다른, 타인의 정체성을 고민하여 개인만이 아닌 퀴어로 존재하는 우리는 무엇이며, 퀴어로 묶인 개인들이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나아갈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서로 다른 퀴어들을 바라보는 내부의 시선을 끌어내 소통하고자 함이다.


참여 작가 소개

도아   드로잉과 유화를 주로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바이섹슈얼

-성정체성 그림 워크숍 진행 계획

사용이는고양이  느린 손으로 조용히 그림 그리는 레즈비언

-레즈비언 컬러링북 제작 계획

SUN  캐릭터 디자이너

-다양한 정체성 디지털 드로잉 작품 전시

최프릭  창작자

-퀴어한 디지털, 회화 작품 전시


참여 작가 인터뷰


6월 11일부터 19일, 퀴어문화축제 기간 동안

카페 '체화당'에서 퀴어작가 4인의 콜라보 전시, <퀴어로 I AM>이 열리는데요!

공간 지원을 해준 카페 체화당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사람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신촌의 이화여자대학교 공학관으로 오르는 길, 마을 한가운데의 카페 '체화당'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02)

창지: (대뜸) 체화당 자랑 해주세요!

민주: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동동: 저렴합니다.

민주: 근데 다음 달에 올라요.

동동: 2016년 5월 24일 기준, 전 음료 3000원. 대단한 가격.

민주: 맞아.

동동: 이래선 안돼. 곧 한 명이 잘릴 것 같아. 아무튼, 대관료도 두 시간에 오만원! 한 시간 연장에 만원씩. 그런데 마을 사람들 볼 수 있게 해주면 무료 대관이에요. 이번 일요일에도 그랬고요. ㅎㅎ

민주: 엊그제 '세계 민중 음악' 행사가 있었죠. 행사 한 번 크게 치루고 너무 늦게 끝나서 청소를 못 하고 가서

동동: 안 하고 가서

민주: 청소를 하는데 넓어가지고

동주: 그렇지요. 넓지 않아요?

민주: 매우 넓은 편이죠. 뭔가 실험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에요. 저희는 '빠레트 선데이' 같은 목공 워크샵, 독서 모임, 전시, 콘서트 등. 주로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해요.

동동: 카페이자 학교에요. 이 친구는 여기서 목공과 교육을 하는 게 목적이에요. 저도 문화 프로그램 기획하고 싶고요. 마을 사람들이 편히 쉬고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게 하려고 고민하다보니 외부에 홍보를 하는 게 소홀했죠 그간.


(#03)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희랑 연결이 잘 안 되니까 요즘은 그게 고민이에요. 공연도 할 수 있는데, 조명도 있고 음향 시설도 있고 공간도 넓고. 홍보를 못 한 게 공간한테도 미안하고 공간을 찾아다니는 사람들한테도 미안해서 이렇게 퀴어문화축제에 공간 지원을 신청했어요. 저희 말고 또 몇 군데 있나요?

창지: 네, 성북구에 장애인 출입 가능한 극장, '성북마을극장'이 있고, '엔네일'이라는 홍대입구역 근처의 네일샵이 있고, 동교동에 '공상온도', 여기 '체화당'… 한복집도 있고 계속 늘고 있어요! 퀴어문화축제가 일 년 내내 여기저기서 일어나면 사람들이 수시로 퀴어를 보고 말하고 생각하게 될 테니 얼마나 좋겠어요. 이렇게 힘을 보태주시니 참 감사하죠.

동동: 인식이 바뀌기가 참 힘들죠. 저도 퀴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본 게 스무 살 이후로 처음이라. 가끔은 궁금해요. 인식을 바꾸는 게 왜 이렇게 어렵지. 설명이 부족했나. 어떤 거를 말해줘야 해답이 되지?


(#04)

창지: 그래서 저는 이제 제가 사랑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녀요. 하하.. 혐오와 비난과 폭력에 노출되지 않아도 되는 공간들이 공식적으로 생기는 것이 참 감사하지요. 두 분은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적이?

민주: 저는 직접 못 가고 얘한테 들은 게,

동동: 어떤 아저씨가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한 거예요. 퀴어를 비난하려 애국가를 부르는 게 너무 어이없고 슬픈 거예요. 웃픈게 아저씨가 1절 2절 부르고 3절 4절이 기억이 안 났는데 퀴어 분들이 3절 4절을 불러주는 거예요. 왜 그럴까. 누군가가 퀴어라는 사실로 그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는 거잖아요. 그럼 그 사람은 친구를 사귀면서 계속 필터링을 하겠죠. 퀴어는 안 돼 뭐는 안 돼 이런 식으로 필터링을 해서 남은 몇 명하고만 친할 거 아녜요.

창지: 이런 생각도 해요. 혐오세력 분들이 퀴어퍼레이드에 혐오 시위하러 왔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어 다양한 사랑의 멋짐을 깨닫고 혐오라니 부질없는 짓이었다, 라며..

동동: 그러니까요. 그 분들도 언제고 충분히 사랑을 할 수 있는데…


(#05)

창지: 하하하. 그럼 참 좋겠다! 여러분이 살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이에요?

(침묵)

동동: 저는 거짓말하기 싫어요. 내가 이런 삶을 살고 이런 걸 지지하고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걸 그냥 말하면 되잖아요. 근데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의 눈빛이 보일 때, 나도 모르게 포장한다던가 어떤 부분은 말을 보태고 덜하고 이렇게 살기 싫은 거예요.

어느 순간에는 내가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어갈 것 같아요. 계속 이렇게 주변사람들에게 거짓말 하다간 곧 나도 나를 제대로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사람들이 언제부터 자신에 대해서 그렇게 구구절절 설명을 해야 했나…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 때는 특히. 굳이 말로 설명할 수가 없는 건데 말로 설명하다보면 말을 보태게 되고 덜게 되고 괴로워지죠. 거짓말만 안 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영화가 있더라고요. 거짓말의 발견인가. 거짓말이 없는 세상인 거예요. 소개팅 자리에 갔는데, '아, 오늘 정말 밥만 먹고 가야겠네요.' 이런다던가.

셋이서: 깔깔깔깔깔


(#06)

민주: 저는 좋아하는 거랑 잘 하는 거 있으면 굳이 증명하고 남을 설득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세상? 예를 들면 저는 아주 특출나지 않지만 내가 고쳐주고 만들어주고... 나의 능력이 쓰일수록 점점 필요해질 거라 생각해요. 그걸로 먹고 살고 싶은데. 남들은 현실적인 계산을 해라 늘 말하잖아요. 그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설득 당하거나 그렇게 저를 불쌍한 사람으로 보게 되는 거죠. 현실도피자라고. 그럴 때마다 저는 힘들고, 근데 보통 그런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게..

동동, 창지: 맞아. 맞아.

민주: 엄마, 아빠까지도 괜찮아요. 엄마, 아빠를 벗어나면 그들이 엄마, 아빠한테 자식을 저렇게 내버려둬도 되냐

동동: 그러니까. 생각보다 삶이 나만 마이웨이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거죠. 내 가족이 있고 내 친구가 있고 이런 사람들에게도 내 존재가 거짓말하고 싶지 않은 존재가 돼야 할 텐데, 나만 나를 설명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민주: 엄마 손 잡고 산책하는데 엄마가 그 날도 무슨 소리를 들었나봐. 너는 엄마 아빠를 위해서 네 삶을 증명해 내야한다.

동동: 그러니까 사실 나이로 치면 아직 이십대 초반인데 하다못해 내 옷을 빨아서 널고 개켜놨다가 다시 꺼내 입는 것도 저한테는 아직까지 훈련이에요. 그런 내게 내 삶을 스스로 잘 정리를 하래. 내가 이십대 초반에 적당한데 취직하지 않고 이런 공간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설명을 바라죠. 부모님이 '아 내 배로 낳았는데, 알 수가 없네.' 이러면 저도 그래요. '아 엄마가 낳고 왜 이해를 못하지?'

창지: 알 수가 없네. 아 저도 몇 달간 말을 안 했어요. 엄마 제발, 우리가 제대로 대화해본 적이 없다니까? 이랬는데 엄마가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서로를 위한답시고 들려줄만한 말만 하고 살았던 건데. 솔직히 안 하고 못 한 말이 너무 쌓이고 쌓여서 도저히 같이 있는 것도 견디기가 힘든 거예요. 같이 있는 것 자체가 거짓말 같아서 이제. 그래서 일방적으로 얘기했죠. 퀴어문화축제에서 일한다고 했더니 '너는 대걸레로 대가리 맞을 짓만 골라하네'

셋: 깔깔깔~


(#07)

동동: 근데 저는 진짜 너무 최근 한 달을 돌아봤을 때, 빗물이 센다던가, 민주가 내가 부탁한 걸 안 해준다던가 (민주: 빗물이 그거예요.)

동동: 그런 순간순간의 짜증이 있는데, 그걸 이겨낼 만큼 행복한 거예요. 제가 옛날에 치과에서 일해본 적이 있어요. 어느 날, 늦잠을 자고 택시를 타고 달려가면서 드는 생각이 '죽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거기선 지각할 수 있다는 게 용납이 안 되는 거예요. 근데 여기서는 '나 좀 늦어~'. 또 주변에 시위 가고 싶은 현장이 있어요. 치과였으면 당연히 못 갔겠죠. 근데 여기서는 민주한테 부탁을 하고 갈 수 있고. 내 삶을 어떤 장소나 기관이나 직함에 구속받지 않고 온전히 나로 살 수 있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체화당에 와서 내가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고 원하는 만큼 쉴 수 있고 또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으니까 너무 좋죠. 이런 라이프 스타일로 살 수 있는 직업이 몇 개 없어요. 그러니까 이건 제 삶의 기적인거죠. 이걸 엄마가 알고 같이 기뻐해야 하는데. '내 새끼가 이렇게 존중받고 이렇게 낳아준 대로 살 수 있구나.' 근데 '야 야 게으른 게 자랑이라고.' 게으른 게 아니에요. 늦게 일어나는 게. '야 나는 그렇게 낳아준 적 없다. 니가 그렇게 된 거야.'

창지: 세상이 딱 이랬으면 좋겠네요. 아이 참. 근데 오늘 1인분 돈부리 되나요?

민주: 기다리셔야 되요. 소스도 만들어야 되고.

창지: 아이고, 인제 또 엔네일 인터뷰하러 가봐야돼서요. 다음에 작가 분들이랑 또 올게요!


 

퀴어도 행복한 세상, 자신과 다른 남을 부정하지 않고 나를 설득시키지 않아도 공격받지 않을 수 있는 세상. 카페 체화당에서 <퀴어로 I AM> 전시를 하다보면 한 발 다가가지 않을까요? 체화당 덕에 저 같은 쿠쿠다스 마음도 이 세상으로 다시 나갈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모두들. 사랑해용~


인터뷰어_퀴어문화축제 창작지원팀


사단법인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Seoul Queer Culture Festival Organizing Committ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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