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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제9호_People] '대한민국 서른 살 레즈비언' 진행자 기무상

2016-05-31

"같은 고민을 가진 많은 분에게 조금이나마 힘과 위로가 될 수 있길"

'대한민국 서른 살 레즈비언' 진행자 기무상 


Q1 _ 기무상님께서는 토익 강사로 일하시다가 커밍아웃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수강생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날 텐데요. 커밍아웃 전과 후, 어떤 차이가 있으셨는지요? 그리고 이것에 대해 부담감은 없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제가 레즈비언임을 밝히고 기무상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고 학원 수강생 중에서도 몇몇은 제가 기무상임을 알고 있더라고요. 제가 기무 상임을 아는 수강생들은 처음에는 말하지 않고 있다가 강의실에 저와 단둘이 남게 되거나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마주치면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유튜브 영상 잘 보고 있습니다.” “저 팟캐스트 방송 듣고 왔어요.” “기무상님, 파이팅”. 이라고들 하더라고요. 그리고 주말에 가끔 레즈비언 술집이나 클럽에 가는데 그곳에서도 제 수업의 전/현 수강생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럴 땐 매우 반갑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수강생 중에서 아직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러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거나, 알고 있다 해도 토익 공부와는 무관하다 생각하여 그 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가 더 많은 분에게 알려진다면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에 대한 부담감이 어느 정도 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기든 저는 계속 기무상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Q2 _ “대한민국 서른 살 레즈비언”이라는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팟캐스트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이 방송을 시작하는 이유를 말합니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이 목소리를 듣고 있는 당신을 위해서” 라고 하거든요. 나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방송을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까 점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영역을 확장하여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한 친구가 블로그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평소에 글을 자주 쓰는 편은 아니지만, 글을 읽는 걸 좋아하고 LGBT 관련 기사들, 특히 허핑턴포스트의 글을 즐겨 읽기 때문에 이 기회를 빌려 나도 한 번 블로그를 만들고, 그 글을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날 바로 블로그를 만들고 허핑턴포스트에 제가 먼저 연락해서 결국 블로그 기고자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계획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제가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고, 그에 따라 저의 계획에도 새로운 것들이 조금씩 추가된 것 같아요. 제가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은 저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콘텐츠 공동 제작자인 저의 연인, 가제루상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고 전하고 싶네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행복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하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같은 고민을 가진 다른 많은 분에게 제가 조금이나마 힘과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제가 하는 모든 것들의 이유이자 목표입니다.



Q3 _ 학생들에게 성 정체성 관련한 상담도 해주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고민이 들어오고, 고민에 대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조언을 해주시나요?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 외 다른 많은 분도 종종 저에게 고민 상담을 합니다. 고민의 내용은 다 다르지만 나잇대에 따라 비슷한 고민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10대 청소년들이나 20대 초반은 주로 ‘여자로서 여자를 좋아해도 되나요? ‘, ‘기무상님은 언제 처음으로 그런 감정을 느끼셨나요?’ 등 처음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느끼는 고민거리들을 상담합니다.

그에 대해 저는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 것은 누구나 그렇다.’라는 사실에 중점을 두고 조언을 합니다.

제가 직접 겪었던 중학교 때의 첫사랑이나 서른이 다 되어서 자신을 인정한 것, 그리고 제가 아는 다른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해주면 다들 공감하며 ‘세상에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내가 잘못된 게 아니었어.’ 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리고 20대 중후반이나 30대는 주로 현재의 연애에서 오는 고민거리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방법 등을 많이 물어봅니다. 저는 연애에 대해서 아주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가 지난 연애에서 혹은 지인들의 연애에서 배웠던 점들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제가 조언할 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아끼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더 두터워지고 오랫동안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으니까요.


Q4 _ 기무상님께서 생각하는 ‘대한민국에서 사는 레즈비언으로서 꼭 필요한 것’, 무엇이 있을까요?

다른 것보다도 스스로에 대한 강한 믿음과 행복해지자고 하는 의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대한민국에서 성 소수자라고 하면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대중이 레즈비언이라는 단어에 느끼는 불편함이나 무게감은 실제 레즈비언들의 삶에 비해 훨씬 큽니다.

그러한 환경에서 스스로가 레즈비언임을 인식하고 또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그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 이후에 레즈비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도 많이 생깁니다. 그러한 일련의 갈등과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내가 나의 가장 의지할만한 지지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자신을 만났을 때 느낀 그 행복을 지속해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Q5 _ 올해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할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또한, 올해 축제에 참여하신다면 어떤 점을 가장 기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작년과 재작년 퀴어문화축제에는 관람객으로서 함께했었는데 올해 제가 만든 영상으로 퀴어영화제에 출품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정 여부를 떠나서, 올해 퀴어문화축제에서는 퀴어영화제와 매년 가장 화제가 되는 퍼레이드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6 _ 마지막으로 한국의 퀴어들과 퀴어문화축제에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저는 저 자신을 사랑합니다. 물론 저 자신에게 느끼는 만족감도 있지만 그만큼 부족함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입니다.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퀴어라는 이름표는 어쩌면 나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용감하게 진짜 나를 바라보는 것. 그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행복한 삶은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