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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제10호_Culture] 사진전: 히지 양 <Boys and the Colours, 게이 남성의 초상> 전시 소개 및 인터뷰

2016-06-09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 6월을 기념하기 위한 여러 이벤트들이 각지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퀴어문화축제와 함께 하는 Special Event가 모두 3개가 있었지요! 지난번에 소개해 드렸던 <Pride Parade의 순간들> 사진전시와 퀴어 퍼레이드 당일에 열릴 예정인 Free hug 이벤트와 함께, 이번주 4일부터 19일까지 이태원 바 LINK에서 히지 양의 사진 전시, <Boys and the Colours, 게이 남성의 초상>이 열리고 있는데요. 이 전시와 관련하여 그리고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히지씨와 함께 나눈 이야기를 여러분들께 전하고자 합니다.



Q1. 안녕하세요 히지님. 우선 퀴어문화축제의 스페셜 이벤트로서, 해당 전시를 기획하고 열어주신 것에 대해 기획단을 대신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이태원 Link에서 열리는 전시, <Boys and the Colours, 게이 남성의 초상>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성소수자 이슈와 관련된 전시는 퀴어문화축제 즈음 해서 매년 1회 여는것을 목표로 하고있는데, 작년부터 스페셜 이벤트로서 홍보와 관련해서 축제측의 도움을 받게되서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이번 전시 <Boys And The Colours: 게이 남성의 초상>은 말 그대로 게이 남성을 피사체로, 모델로 삼되 컬러, 즉 색깔들을 두드러지는 요소로 삼는 시리즈 입니다. 무지개를 보면 제 각기 천차만별로 다른 색들이 한데 모여있는데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게이 남성인 제 입장에서 볼 때에 게이 남성들도 다 같은 게이인 남자에 불과한것이 아니라 제 각기 다른 색깔, 개성이 있다고 봐요. 그러한 색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 혹은 더 나아가 이 사회와 세계속에서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어우러져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시작 할 때에는 이 프로젝트가 가지는 의미나 목표 같은것에 대해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는데, 작품들을 점점 더 많이 만들어 나가면서 작품의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방금 말씀드린 내용을 목표로 삼게 된것 같아요. 근래 제 관심사 중 하나는 다양성과 관련한 문제들 인데, 이 프로젝트에서도 제가 다양한 국적, 인종의 모델들과 작업을 했고 정말 최대한 다양한 소품들을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걸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개인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는 법, 다양한 소품들을 잘 다루는 법에 대해 아티스트로서 많이 배우는 것을 즐기기도 하구요.


Q2. 다양하고 다채로운 게이 남성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마치 무지개처럼 각자의 강한 개성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테마로 엮이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촬영하고 전시하신 작품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모델들도 소품들도 사진 별 컨셉들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어려워서 하나를 고르기란 불가능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지만 그러면 너무 뻔하고 재미 없는 대답이 될것 같군요. 솔직히 사람 음악 취향이 변하듯이 저도 그때 그때 기분이나 환경에 따라 좋아하는 아트 스타일이 달라진답니다. 전시될 15개 작품을 다시 한번 쭉 훑어본 결과, 현재 조금 더 눈이 가는 작품이 두 개 있네요. 하나는 Cameron과 조화를 가지고 작업한 작품인데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입니다. 첫 작품이라 사전 준비도 미흡했고 모델과 호흡을 맞추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았었고 사진 에디팅 능력도 부족했던 터라, 2013년에 찍었는데 마음에 드는 완성본이 2016년인 올해에야 나왔습니다. 그 때에는 부족하고 미흡해 보였던게, 지금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든다고 말씀드리면 될것같습니다. 다른 하나는 Ivan과 야외에서 길거리 뮤지션의 컨셉으로 촬영한 작품이 현재로서는 특히 마음에 듭니다. 다른 작품들이 튀는 색을 사용해 프로젝트의 이름에도 들어간 'colour'를 강조했다면, 이 작품은 오히려 튀는 색을 사용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편집과정에서도 오래된 필름사진 처럼 오히려 색을 바라게 했다고 할까요? 무지개처럼 선명하고 튀는 색을 써야한다는 제 스스로가 저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벗어나 만든 작품이라서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재미있는 변화를 시도해봤다고 칭찬해주고 싶달까요?

 

Q3. 얼마 전 소개된 기사를 통해 이 전시를 위한 작업이 2013년도부터 진행된 장기 프로젝트라고 들었어요. 작업하시면서 가장 우여곡절을 겪은, 혹은 가장 잊지 못할 즐거움을 준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Jeffrey와 인조 보석 조각들과 반짝이 배경을 가지고 했던 작업이 생각나네요. 가장 즉흥적으로 갑자기 하기로 결정한 작업 입니다. 주말에 친구가 운영하는 바에서 오픈마이크 (다양한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공연하여 재능을 선보이고 다른 아티스트들과 소통하기 위해 네트워킹을 하는 행사)를 보고 있었는데요, 제가 노래 공연을 하고 내려와서 곧 Jeffrey가 무대에 올라 우클렐레를 치며 노래하는것을 보았습니다. MAGIC!의 Rude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가사중에 'I'm gonna marry her anyway (어쨌든 그녀와 결혼하고 말거야)'라는 부분을 'I'm gonna marry that boy (어쨌든 그남자와 결혼하고 말거야)'로 바꾸어 부르더라구요. 그런데 어쩜, 목소리도 그렇게 예쁜지 술기운에 적당히 취한 저는 넋을 놓고 그 공연 봤답니다. 그 매력에 푹 빠진 저는 무대에 내려온 Jeffrey에게 달려가서 제 프로젝트 설명을 하고 촬영을 제안했습니다. Jeffrey는 처음에는 모델 경험도 없는데다가 이틀 뒤에 한국을 떠난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 프로젝트는 전문 모델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다가 이틀 뒤에 떠난다면 내일 바로 촬영을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죠. 출국 직전이면 바쁘기도 할 뿐더러 쑥쓰럽기도 했는지 Jeffrey는 끝내 거절을 하는 듯 싶었는데요, 자기 친구에게 돌아가서 이야기는 나눈 뒤 한참 뒤에 제게 다시와서는 '그래, 해보자!' 라고 하더라구요. 친구들이 재미있을것 같은데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부추기기도 한데다가 본인도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새로운 도전을 해보지 않았던 것이 후회된 적이 있다며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새로운 것들에 도전을 시작해보겠다면서 말이죠. 그렇게 고심 끝에 제 제안을 받아들여 준 것도 고마웠고, 저의 제안으로 인해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에 대한 본인의 다짐도 계획하게 되었다는게 정말 의미가 깊었습니다.


Q4. 전시를 위한 작품을 선정하면서 정말 안타깝게도 포함이 되지 못한 작품들도 있을텐데요, 이 지면을 빌어 그 작품을 소개해 주시는 것도 좋을거같아요!

이번 전시에 포함된 작품 가운데에 Joe와 우산을 활용해 찍은 작품이 있습니다. Joe와는 이 외에도 한가지 작업을 더 했었는데요, 그 때에는 저도 공동 모델로 참여를 하고 당시의 제 룸메이트에게 촬영을 부탁했었습니다. Joe와 저는 각각 온 몸에 형형색색의 바디페인트를 바르고 서로 연인처럼 애정어린(?) 몸짓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페인트들이 서로의 몸에서 퍼져나가고 번져나가는 모습을 담고자 진행했던 작업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저는 카메라 뒤에만 서기로, 스스로 모델이기보다는 다른 모델들을 바라보는 눈이 되기로 나중에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이 작품은 프로젝트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Q5. 히지씨께서는 청소년 성소수자 단체를 후원하기 위한 파티나 이벤트, 혹은 퍼포먼스를 여러 번 기획해 오셨지요. 저는 허리케인 김치의 서울을 걷다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성소수자와 관련한 여러 작업들을 혼자서, 혹은 함께 진행하는 건 아직 어려운 일들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저는 성격상 컨트롤(주도권)을 제가 다 가지고 있어야 일을 진행할 수 있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게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제가 단체들에 속하지 않고 개인으로서 이벤트들을 진행하고, 퍼포먼스도 가급적이면 1인 퍼포먼스 형태로 진행하길 선호한답니다. 가뜩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나 지식수준이 평균적으로 높지가 않은 것이 현재 한국의 실정인데, 아무래도 개인으로 뭔가를 하려고 하다 보면 단체들에 비해 금전적인 후원을 받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과외든 알바든 작품활동이든 해서 버는 족족 이벤트 준비나 퍼포먼스 준비에 써야하니 매번 눈물이 찔끔 찔끔 (속으로는 펑펑) 나옵니다. 한참 어려울 때에는 장을 볼 때 '어느 라면이 더 싸지? 찌개에 넣을 애호박을 살까, 아니면 돈도 없는데 참을까?' 하는 고민을 해야 했답니다. 작품 전시 열고, 호스트로서 이벤트 주최하고, 퍼포먼스들을 하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넌 참 재밌게 산다. 자유롭게 산다' 라고 하는데, 물론 맞는 말이지만 그들이 못 보는, 그리고 그다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이런 아픈 구석도 있답니다.


 

(Photo by Blair Kitchener)


Q6. 전시나 파티, 그리고 퍼포먼스 이외에도 히지 씨께서 퀴어문화축제에 활발히 참여해 왔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참여했고, 어떤 것을 해 오셨는지, 이야기해주세요!

퀴어문화축제에 관객으로서 참석을 시작한 건 아마 2010년 아니면 2011년 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규모도 지금에 비하면 훨씬 작았고, 청계천 주변의 조그마한 광장조차 꽉 채우지 못했는데, 몇 년 새 많은 분들의 노력 덕에 축제가 정말 많이 성장했네요. 저는 2013년에 오프닝 무대에서 퍼포먼스 아티스트 Vita Mikju와 팝스타 Britney Spears의 히트곡들을 공연함으로써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에는 제가 존경하는 활동가, 공연자이며 친구이기도 한 박에디 양과 음악가이자 DJ인 용남군과 함께 오프닝 무대도 장식하고 퍼레이드 트럭에도 올랐었습니다. 작년인 2015년에는 무대에서 오프닝 공연도 하고, 집에서 쫒겨난 청소년 성소수자들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자 시청광장 내에서 행위예술 공연도 선보였구요.


 

(Photo by Bona Kim)


Q7. 그렇다면 퀴어문화축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어떤 때였나요?

한 해도 어김없이 매년 새로운 순간이 가슴속에 그리고 머릿속에 새겨집니다. 그 커져가는 규모에 매년 놀라고, 2014년에는 반대세력에 막혀 퍼레이드가 4시간이나 미뤄졌는데도 수만명의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켜주신것에 놀랐고, 2015년에는 처음으로 시청광장에서 축제를 열게 된 것이 가슴이 짜릿했답니다. 이번 6월 11일이 지나고 나면 또 하나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분명 생기겠지요.


Q8. 인터뷰에 응해주셔셔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주신 내용 이외에도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나가실 예정이신지 듣고 싶습니다. 참, 올해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때에도 뭔가 준비하신게 있다고 알고있는데요! 마음껏 어필해 주세요!

올해에도 어김없이 오프닝 무대에서 춤과 노래를 선보이게 되어서 지금 땀이 빠지게 연습중에 있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부스도 열고 운영하게 되었어요. 제가 'LGBTQIA and Allies in Korea (한국 퀴어와 그 친구들)'라는 페이스북 그룹을 2년째 운영중인데, 어느덧 회원이 2500명을 넘어선데다가 이 그룹이 한국의 퀴어 커뮤니티와 영어권 국가들의 퀴어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만큼, 더 적극적으로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고, 그룹 회원들의 목소리도 더 당당히 낼 수 있게끔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부스를 열기로 결심했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열리는 'LGBTQIA and Allies in Korea (한국 퀴어와 그 친구들)' 부스에 꼭 들러주셔서 무료로 드리는 기념품들도 받아가시고, 그룹의 많은 외국인 회원들도 만나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올해에는 다시 퍼레이드 트럭에도 올라가서 1시간 여 되는 퍼레이드 시간동안 함께 행진하는 분들을 즐겁게 해드리고자 해요. 맞춤제작중인 의상을 입고 방방 뛰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역대 최고로 많은 양의 일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번에는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고 있으므로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광장에서 혹시라도 저 보시면 쑥쓰러워 말구 반갑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멋지게 답해주신 히지님께 다시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립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이태원 바 LINK에서 칵테일 한잔과 함께 게이 남성의 초상 전시를 감상해 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


인터뷰어 _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