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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제9호_People] 직썰 전 에디터 백스프(백승호)

2016-05-31

"소수자 혐오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가 현재를 바꾸는 원동력 될 것" 

직썰 전 에디터 백스프(백승호)


Q1 _ 간단한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백스프입니다. 글과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며 음악 만드는 일을 부업으로 합니다. 둘 다 잘하진 못하는데 부끄럽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2 _ 백스프님은 2015년 제16회 퀴어문화축제 퀴어퍼레이드 날 큰 고초를 겪으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멱살을 잡혔을 때, 어떤 생각이 먼저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같이 간 친구가 기독교 단체와 시비를 붙었다는 연락을 받고 서둘러 뛰어갔어요. 도착해보니 친구가 기독교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욕을 먹고 있더라고요. 항의하는 과정에서 저도 격양되었습니다. 조롱 조로 흔드는 피켓을 치우라고 치니까 어떤 분이 달려들더라고요. 얼굴을 포함해서 세 대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맞자마자 든 생각이 사실 너무 하나도 안 아파서 ‘성령의 물 주먹’ 같은 드립도 떠오르고 했어요. 그런데 이건 축제잖아요. 축제를 제가 폭력으로 물들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얼굴을 들이댔죠. 더 때려보라고 소리를 질렀죠.



Q3 _ 성 소수자 혐오, 여성혐오, 다문화혐오 등 ‘혐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백스프님 또한 이에 대해 다양한 글을 쓰셨는데요. 이러한 ‘혐오’ 이슈는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아닌, 본래 우리 사회의 기저에 존재하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혐오’ 현상이 조명되는 것에 대하여 백스프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말씀하신 부분에 동의합니다. 정도는 달라도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늘 있었죠. 다만 이전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기득권자나 피해자 모두 체화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문제 제기가 시작되었고 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거죠. 기득권자들이 반발하고 있으므로 진통이 더 커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시끄럽고, 그럴수록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많아질 테니까요. 당면한 상황은 너무 슬프고 화가 나지만 저는 이게 퇴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바뀔 준비라고 보고 있어요. 소수자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지니까 비로소 기득권자들의 자신들의 (부당한) 기득권에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생각해요.

작년에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어요. 물론 이 사건 하나로 퀴어들에 대한 모든 혐오가 걷혔다고 선언할 수는 없어요. 분명한 것은 중대한 변화로 표상될만한 사건이란 거죠. 실제로 국내에서 퀴어에 대한 여론(이 표현이 좋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어요. 목숨 걸고 운동에 매진하시는 분들, 그리고 당사자로서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 그런 분들의 노력이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Q4 _ 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글을 쓰면서 악플을 달거나 욕을 하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완전무결한 사람이 아니에요. 부끄러운 과거를 이야기하자면 스무 살 남짓 되었을 때, 한창 교회를 다니고 있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동성애자들을 반대할 명분은 없지만, 솔직히 주변에 있으면 껄끄러울 것이다.’ 제가 스물여섯 먹고 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사람과 대면했어요. 혐오란 게 마음 깊이 체화된 거라서 머리랑 마음이랑 따로 놀더라고요. 머리는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마음 깊이 미묘한 혐오가 보이는 거예요. 그 마음 없애는 데 2년이 걸린 것 같아요. 제가 쓰는 글들은 대부분 반성에서 출발해요. 과거의 제 모습들이 호모포비아들과 크게 다를 바는 없거든요. 그래서 악플 달고 욕하는 사람들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어요. 저는 소위 ‘시헤남’이라고 불리는 기득권자이기도 하고요.

대신 그렇게 이야기해요. 당신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조용히 하시라고. 왜 당신 이야기 때문에 누가 마음 아파하고 슬퍼해야 하냐고. 아 물론 이런 이야기도 듣지 않을 건 알아요.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인 것 같아요. 저에겐 악플 달고 욕하는 사람들을 정죄하거나 배제할 권리가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 무시하긴 합니다. 아 물론 종종 놀리긴 해요. 나쁜 버릇이긴 한데 너무 일차원적으로 혐오를 내뿜는 사람들의 유치한 이야기들은 좀 크리피하달까? 그래서 놀리고 싶은 마음이 종종 듭니다.


Q5 _ 올해도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축제의 어떤 점을 가장 기대하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참가합니다. 참가한 지 4년째 된 것 같아요. 갈 때마다 ‘우리도 하루쯤은 이긴다’는 생각 같은 거요.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이유로 ‘소수자’가 된 사람들이 승리를 만끽할 수 있는 날이잖아요. 기대하는 점은… 그 북치고 발레 하시는 분들… 그분들 너무 시끄러워서 볼륨을 좀만 낮추셨으면 좋겠다? 예전에 홍대에서 행진하면서 춤추고 놀았을 때 정말 재밌었는데…


Q6 _ 마지막으로 한국의 퀴어들과 퀴어문화축제에 한 말씀 해주신다면?

매번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큰 행사 준비하시면서 너무 힘드셨겠다는 일종의 부채감 같은 거요. 그래서 한마디 거드는 대신에… 입금으로 동참하겠습니다. 올해도 너무 기대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