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기획단원 개인의 참여 후기입니다.
지난 9월 17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기획단원들은 춘천퀴어문화축제에 부스, 발언, 행진으로 함께했습니다.
서울퀴어퍼레이드 날 내렸던 세찬 비가 떠올라, 우비와 우산을 든든하게 챙겼습니다. 아침 일찍 도착한 춘천 의암공원은 푸른 잔디 위에 설치된 눈부신 노란 천막으로 우리를 반겼습니다. 오전엔 조금 흐린 듯했지만, 이내 날씨가 개면서 햇빛이 쏟아졌습니다. 그제야 우리는 후회했죠. 아… 우비 말고 선크림 가져올걸…
스티커와 프라이드 뱅글, 후원 리워드 등 부스 준비를 마치고 나니 곧 개회 선언과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공원 한쪽에서는 미미하지만 혐오세력의 외침도 들려왔는데요(많은 수의 경찰이 배치되어 있어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습니다.), 연대 발언으로 무대에 오른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홀릭 님은, "저분들에게 절대 절대 당신 마음을 주지 말아요. 당신을 사랑하는 안전한 곳에서 당신의 심장을 꺼내세요."라고 발언했어요. 아래 발언문 전문을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홀릭입니다.
비가 오는 아침에 춘천으로 달려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 프라이드 퍼레이드(퀴어퍼레이드) 행사 날 물폭탄을 맞았던 그날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가 안 오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곳으로 온 거 같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어울리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2000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다양성이 보장되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향유하는 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단체입니다. 성소수자의 가사화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 서울퀴어퍼레이드 및 한국퀴어영화제를 비롯하여 전시, 대담, 토론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였습니다. 성소수자의 인권과 문화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22년 동안 이어져 온 조직입니다.
처음에 축제를 시작할 때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무지로 인해 차별이 심했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이 축제에 참여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참여자들은 얼굴을 가리거나 용기를 가지고 나와야 했습니다. 2회에서 5회까지의 참여자 수는 많지 않았고 1000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매년 개최되었습니다. 성소수자는 우리와 함께하는 시민들이이고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임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프라이드 퍼레이드와 많은 행사들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노력하여 다양한 성소수자들을 불러내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큰 성장의 계기가 된 것은 2014년도입니다. 2014년에 신촌에서 열렸을 때 "동성애를 반대한다", "동성애자는 지옥에 가라", "동성애는 죄다"라는 피켓을 들은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한국의 보수 기독교에서 조직된 사람들이었습니다. 프라이드 퍼레이드 행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리에 눕고 피켓시위를 하면서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퀴어퍼레이드를 막기 위해 수천 명이 몰려나왔습니다. 행진을 못하도록 길을 막았고 행진에 참여하는 1만여 명의 사람들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결국 혐오세력들을 물리치고 밤 9시 30분에 행진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모두가 혐오를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공동체성을 느꼈으며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 이후 2015년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의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서울의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들려주는 이유는 이렇게 50명의 인원으로 시작했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를 비롯한 전국의 약 10개 정도의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좁은 땅에서 퀴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었던 영향력을 가지게 된 계기는 우리는 혐오에 저항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춘천퀴어문화축제의 두 번째의 의미는 너무나 중요하고 소중합니다. 시작은 했지만 그다음 해 그다음 해를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축제를 만드는 사람의 불투명한 미래일 것입니다. 그 불안함을 이겨내고 개최하여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우리가 모일 수 있게 만들어준 춘천퀴어문화축제를 응원하고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저기 밖에 있는 혐오의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저분들에게 절대 절대 당신 마음을 주지 말아요. 마음을 먹는 사람에게 당신을 혐오하는 사람에게 당신 마음을 재빨리 차갑게 냉동시키세요. 우리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따뜻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는 안전한 곳에서 당신의 심장을 꺼내세요. 우리는 자기 자신 있는 그대로 존재하며 살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렇게 나아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강원대학교 생활도서관, 민주노총 강원지부, 춘천의 여성 단체 등 강원지역의 연대단위들, 그리고 전국퀴어문화축제연대 등이 함께하는 부스의 구성에는 전국과 로컬이 함께하는 지역 퀴어문화축제의 정신이 잘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춘천퀴어문화축제의 주인공은 단언컨대 강아지들이었습니다. 무지개 꼬까옷과 뜨게 모자를 쓴 강아지들이 부스 앞을 지날 때마다, 귀여움을 참지 못한 비명과 카메라 셔터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푸른 잔디를 신나게 누비는 반려동물은 자유롭고 안전한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빛냈습니다.
이어서 행진이 시작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춘천 시내를 가로질러 힘차게 걸었습니다. 번갈아 깃발을 들고, 서로 부채질을 해 주며 소양강 처녀상을 향했습니다. 행진 코스는 중앙시장을 통과하였는데요, 궁금한 눈빛으로 행진을 구경하는 상인과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소양강 앞을 끝으로 행진과 축제는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춘천의 맑은 날씨와 푸른 잔디, 아름다운 소양강에서 전국의 퀴어들을 만날 수 있어 뿌듯하고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전국의 퀴어문화축제에서 함께 만나요!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기획단원 개인의 참여 후기입니다.
지난 9월 17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기획단원들은 춘천퀴어문화축제에 부스, 발언, 행진으로 함께했습니다.
서울퀴어퍼레이드 날 내렸던 세찬 비가 떠올라, 우비와 우산을 든든하게 챙겼습니다. 아침 일찍 도착한 춘천 의암공원은 푸른 잔디 위에 설치된 눈부신 노란 천막으로 우리를 반겼습니다. 오전엔 조금 흐린 듯했지만, 이내 날씨가 개면서 햇빛이 쏟아졌습니다. 그제야 우리는 후회했죠. 아… 우비 말고 선크림 가져올걸…
스티커와 프라이드 뱅글, 후원 리워드 등 부스 준비를 마치고 나니 곧 개회 선언과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공원 한쪽에서는 미미하지만 혐오세력의 외침도 들려왔는데요(많은 수의 경찰이 배치되어 있어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습니다.), 연대 발언으로 무대에 오른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홀릭 님은, "저분들에게 절대 절대 당신 마음을 주지 말아요. 당신을 사랑하는 안전한 곳에서 당신의 심장을 꺼내세요."라고 발언했어요. 아래 발언문 전문을 공유합니다.
강원대학교 생활도서관, 민주노총 강원지부, 춘천의 여성 단체 등 강원지역의 연대단위들, 그리고 전국퀴어문화축제연대 등이 함께하는 부스의 구성에는 전국과 로컬이 함께하는 지역 퀴어문화축제의 정신이 잘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춘천퀴어문화축제의 주인공은 단언컨대 강아지들이었습니다. 무지개 꼬까옷과 뜨게 모자를 쓴 강아지들이 부스 앞을 지날 때마다, 귀여움을 참지 못한 비명과 카메라 셔터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푸른 잔디를 신나게 누비는 반려동물은 자유롭고 안전한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빛냈습니다.
이어서 행진이 시작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춘천 시내를 가로질러 힘차게 걸었습니다. 번갈아 깃발을 들고, 서로 부채질을 해 주며 소양강 처녀상을 향했습니다. 행진 코스는 중앙시장을 통과하였는데요, 궁금한 눈빛으로 행진을 구경하는 상인과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소양강 앞을 끝으로 행진과 축제는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춘천의 맑은 날씨와 푸른 잔디, 아름다운 소양강에서 전국의 퀴어들을 만날 수 있어 뿌듯하고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전국의 퀴어문화축제에서 함께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