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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Queer Culture Festival Organizing Committ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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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한 편의 시 같기도, 자연에 대한 찬사 같기도 하다. 청춘의 모습을 담은 필름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무엇이 되었든, 관객들은 영화가 주는 색감과 분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이 영화의 제목이 <Air>인 이유는 따로 있지 않다.
그 섬세하고 아름다운 공기의 움직임을 모든 관객이 경험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스스로 거주하던 세계에서 걸어 나와 대극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은 언제인가. 여전히 자신 안에 머물러 있는 Manja는 숲에서 시작된 우연한 만남 이후 강렬하면서도 불안한, 그러나 매혹적인 Louk에게로 눈을 돌린다. 그것은 전혀 이질적인 존재에게 느끼게 되는 끌림이므로 어쩌면 당연하게 그녀는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거의 교집합 없던 두 명의 인물이 점점 가까워지는 동안 평온했던 학교는 소란스러워지고 복잡한 기억들이 출몰하는 한편, 가려졌던 슬픔들이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동시에 Manja는 조금씩 내면으로부터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조건 없는 헌신과 애정, 때로는 아픔을 겪으면서 Louk에게 자신을 조금씩 투영하고, Louk 역시 저항적인 날카로움 뒤에 감추어진 상처를 Manja에게 내보이며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고립되었던 두 개의 세계는 서로 공명하면서 더 넓은 세계로 확장되거나 서로를 보듬는 안식처가 되기도 하고 유년을 넘어 성장의 서사로 넘어가는 극적인 국면으로 전환된다. 각각의 시퀀스는 영화이기 이전에 회화로 기억된다는 점에서 <Air>는 전형적인 미성년의 로맨스로 남는 대신 보다 특별한 이미지들로 기록되고 있다. 미세하면서도 복잡한 감정들과는 대조적으로 시종일관 서정적인 풍경은 인물들을 감싸면서 어떤 시적인 정서를 불러드리는데, 조금은 결핍되었지만 따듯한 가정, 쾌활한 학교, 가족과 친구들, 우거진 녹음(綠陰) 안에서 두 소녀는 웃거나 울고 엇갈리면서 그럼에도 다시 특별한 감정들로 충만한 순간들을 이어나간다. 과감한 쇼트와 짙은 화면의 색조는 이 특별한 감정들을 배가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충돌하면서 세밀한 서사를 구축하는데 종국에 영화가 상처받은 이들의 유대와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각각의 구성들은 감각적인 것들을 침잠시키지 않고 대기 중에 영원히 부유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대기 위에서 두 세계는 그렇게 포개지는 중이다.
이양헌(KQFF에디터)